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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학군단 군사훈련 전 집체교육과 기초군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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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단 입단식
학군단 입단식. 드디어 정식 사관후보생이 된 순간이다.

학군단에 합격하고 나서 처음으로 군대를 가는 실감이 났던 순간은 바로 전투복을 비롯한 피복을 수령할 때였다. 때는 기초군사훈련을 1개월 앞두고 있던 때로, 전투복에 벨크로로 된 명찰까지 붙이니까 정말 "이제 군대를 가는구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았었다. 그리고 기초군사훈련 전에 받게 될 집체교육 때 입을 생각을 하니 집체교육이 너무 기대되었다. 

전투복에 명찰을 단 사진나름대로 정리한 관물대
당시 수령받은 전투복. 그리고 설레이는 마음에 나름대로 정리하겠다고 애쓴 관물대

물론 집체교육 전에도 동기들과 아침 뜀걸음을 하면서 약간의 인사를 주고 받았지만 본격적으로 친해진 것은 집체교육 때였다. 집체교육 때 동기들과 같은 옷을 입으며 서로를 많이 알아갔었는데, 동기들이 생겨서 너무 좋았다. 대학교 2년간 혼자서만 학교를 다니다가 이제 남은 2년을 같이 보낼 동기가 생기니 든든하게 느껴졌다.

 

집체교육이 진행되는 3~4일 간 처음으로 전투복을 입고 대학교를 활보하는데, 처음 전투복을 입은 내 자신이 약간 어색했지만 드디어 내가 그토록 원했던 집단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많이 설레었다. 

 

집체 교육 때는 기초군사훈련 때 우리를 지도해주실 '빨간 모자' 선배님들께서 조교 역할을 해주셨다. 그때는 4학년 선배님들도 많이 어려웠던 때라, 이제 곧 소위로 임관하실 선배님들은 많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런지 집체교육 때도 그랬고, 기초군사훈련 때도 많이 긴장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바로 이때부터, 경례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때라, '충성'하면서 경례를 하면 상급자가 경례를 받아줄 때까지 손을 내리면 안 됐었는데 먼저 내리게 되어 의도치 않은 결례를 범하게 된 것이었다. 이를 잘 알고 계셨던 선배님들은 일부터 손을 안 내리시고 계셨었는데, 우리가 먼저 내리면 갈구시곤 하셨다. 

 

집체교육 간 전투복 차림집체교육 간 체력단련
동기들을 많이 알아갔던 3~4일. 베레모와 체육모에 학군단 마크를 손수 바느질해서 붙였던 게 생각난다. 

집체교육이 다 끝나고 난 뒤에는 기초군사훈련을 4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심정은 좋으면서도 약간 떨렸었다. 아무리 가고 싶어 했던 곳이지만 그래도 군대는 가기 전에 꽤 떨리는 곳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기초군사훈련은 11일 밖에 진행이 되지 않을 뿐더러, 남자라면 다들 겪었을 법한, 전혀 특별하지 않은 훈련이었기에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했건만, 결과적으로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훈련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특공부대를 나와서 특수전학교에서 특공수색 교육, 그리고 아직까지도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는 공수기본교육도 받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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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군사훈련 때 힘든 것은 따라갈 수는 없을 것같다. 

 

훈련이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었나? 라고 물으면 공수기본이나 특공수색교육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 힘든 수준이라 기초군사훈련은 그런 것으로 힘든 것이 아니었다. 이 훈련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바로 대학생에서 군인으로 재탄생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기상나팔 소리에 놀라서 기상을 하는 것, PX조차 자유롭게 갈 수 없어서 초코파이가 살면서 그토록 먹고 싶었던 것, 그리고 이른 아침마다 뛰어다니며 점호집합을 하고 일시라도 늦으면 훈육관님의 날카로운 야단을 들으며 기합을 받았던 것. 이런 것들이 아직 적응이 안 돼서 너무나도 힘들었던 것이다. 

기초군사훈련 받으러 가는 버스 안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로 학군교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때는 그렇게 고될 줄 몰랐지..

그리고 기초군사훈련 때 깨닫게 된 것이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출신 학교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재수를 할 때부터 학군단 집체교육을 받을 때까지, 대인관계에 너무 소홀했었다. 밥을 혼자 먹는다든지, 여행을 홀로 간다든지, 뭐든 홀로 하려고 했었다. 그게 그렇게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게 지나쳐서 문제였던 것이다. 군대는 나만 있는 곳이 아니다.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며 생활을 해야 하는데, 계속 그렇게 살아왔다보니 너무 이기적인 면모를 보였던 것이다. 

 

또한, 나는 내가 뛰어난 인재였다고 생각했다. 이유인 즉슨, 외고라는 특목고를 나왔기 때문이다. 영어를 다른 이들보다 잘 하고, 공부도 같은 학교 내에 있는 학생들 중에서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했던 나머지, 어찌보면 나르시시즘에 빠진 것이었다. 하지만 기초군사훈련을 하면서 느꼈다. 나는 참 많은 발전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남들이 쉬워하는 제식도 나는 매우 여려워했고, 어떤 문제가 있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많이 낮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군교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며 다른 학교 동기들과도 같이 훈련을 받는데, 그때까지는 남들이 무시하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동기들이 나보다 똑똑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같이 훈련을 하고 대화를 나눠보니, 확실히 알게 됐다. 이 동기들의 지적 수준을 절대로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을. 

 

PX에서 간식 사먹은 날마지막 날 사진
힘든 것이 절반 이상인 기초군사훈련이었지만 동기들과 11일간 생활하면서 매우 재밌었던 순간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기초군사훈련은 절대로 체력적으로 힘든 훈련이 아니다. 행군 같은 경우는 20km만 했는데, 이는 그냥 완전군장으로 어깨가 조금 아플 뿐, 걷다보면, '벌써 끝났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쉬운 훈련이었다. 다만, 마지막에 가서는 독감에 걸려서 꽤나 고생을 했었는데, '악으로 깡으로' 잘 버텨냈다.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동기들이 없었으면 이 훈련은 버텨내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동기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남을 배려하는 생각과,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었기에 발전의 여지가 많다는 생각도 했었다. 

 

마지막 밤. 단장님께서 손수 손을 씻겨주셨다. 행군 사진

기초군사훈련이란 지금 와서 다시 하라고 하면 두 번 다시 하기 싫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든 훈련임에는 확실했다.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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