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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OBC간 특수전학교에서 특공수색 교육을 받다!

by 엘티파크 2023.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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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프로프 훈련간
패스트로프 훈련. 내 생애 처음으로 헬기를 타보는 순간이었다

OBC 교육간 일반 보병 병과 동기들은 가지 못하는, 특수전학교에 입교하다! 

같은 보병 병과여도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 흔히들 말하는 OBC간에 일반 보병반과 특전반의 교육은 다르다. 

물론 체력단련 면에서도 일반 보병 병과 동기들에 비해 강도 높게 진행되는 면이 있다. 매일 아침마다 2km 달리기, 오후에는 5km 달리기를 함으로써 총 7km를 매일 달리는가 하면, 그냥 팔굽혀펴기가 아니라 스파이더 팔굽혀펴기라든지, 스쿼트 및 런지 등등 각종 운동을 한다. 

특전반 체력단련이 난이도가 높다보니 지나가던 일반 보병 동기들이 측은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식으로 매일매일 진행하다보니 육군체력검정은 특급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처음 들어왔을 때 3km 달리기 불합격이었던 동기도 1~2개월만에 특급으로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특전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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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체력단련만 다른 게 아니다. 교육받는 장소도 다르다(1개월만)

그리고 교육 1개월이 지나고 나면 1개월간 생활 공간이 달라진다. 바로 특수전학교로 가기 때문이다. 특수전학교가 특수전사령부 소속이다보니 여기서 받는 교육 중에 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유명한 '안 되면 되게 하라' 탑 앞에서. 정말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곳이다.

우리가 받는 교육은 공수기본교육 혹은 특공수색 교육이다. 일단 우리 학급은 특공반이었기 때문에 전원 다 특공수색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특전사로 자대 배치 받을 동기 중에서 육사나 3사관학교 동기들처럼 이미 공수교육을 받은 동기들은 우리와 함께 특공수색 교육을 받았다.

공수기본 특공수색
공수기본 VS. 특공수색 뭐가 더 힘느냐? 둘 다 받아본 입장으로서, 공수기본이 훨 힘들다..

힘들었던 특공수색 교육

교육 내용은 말할 수 없겠지만 마지막 야외훈련이 정말 레전드급이었다. 한 20kg 되는 완전군장으로 무장한 상태로 야간부터 새벽까지 산을 타고 기동하는데, 당연히 길이 나 있지 않는 곳으로 가다보니 가다가 미끄러지기 십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산의 경사도 뭐 거의 50도는 넘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새벽에 도착하면 쉬는 것이 아니라 땅을 파고 그 안에 숨어야 한다. 물론 위장을 위해 땅구멍 위에 천장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야삽을 사용하는데, 이 때 야삽의 위력을 체감하게 된다. 엄청 거대한 돌이 아니면 야삽은 거의 곡괭이로서, 스파크를 튀어가며 돌을 쪼갠다. 

야삽, 생각보다 쎈 놈이다.

어찌저찌 땅을 파고 위장 목적으로 천장까지 만들었다 쳐도, 맘 놓고 쉴 수 없다. 돌아가며 경계를 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속 돌아가면서 경계하고, 밤이 되어서야 상황 종료 후에 생활관으로 복귀한다. 

 

무박 2일 훈련을 처음으로 겪은 것인데, 매우 강렬한 경험이었다. 

 

웃긴 것은, 땅구멍 안에 있을 때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1마아안!, 2마아아안!! 아아악!' 이런 소리가 들리는데, 이는 공수기본훈련 간 교육생들이 기구강하 간 내는 소리로서, 구멍 안에서 들었을 때는 '뭐 저리 무섭나'하며 웃곤 했다. 

기구강하. 인생 살면서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정확히 7개월 뒤 공수기본교육을 받으며 기구강하를 해보니 왜 그렇게 소리 질렀는지 이해가 되었다. 

2023.08.12 - [군생활회고] -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게 한 공수기본교육, 인생전환기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게 한 공수기본교육, 인생전환기

1. 공수기본 교육 2020년 말, 203특공여단이 203신속대응여단으로 개편 준비를 함에 따라 간부들 위주로 공수교육을 보내기 시작했다. 공수교육은 간단하다. 그냥 낙하산 메고 비행기나 헬기에서

ltp12074.com

 

특공수색 교육간 배식조를 하게 되다

특공수색 교육 초반에 특수전학교 교관님들(주로 부사관분들)이 하나 제안을 하셨다.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좋다고 하니, 지원을 했다. 

 

그렇게 순진한 동기들 한 12명? 정도가 지원을 했다. 알고 보니 배식조를 뽑는 것이었다..

배식조
그때, 지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군대에서 뭔가 제안을 하면 안 하는 게 최고인 걸 이 때 깨달았다.

배식조는 말 그대로 밥을 나눠주는 '조'다. 이 뿐만 아니라, 식기에 대한 설거지도 맡아야 하며, 잔반 처리도 담당해야 한다. 테이블 닦는 건 덤이다. 

일명 '짬통'을 정화하는 중이다

이러다보니 배식조는 동기들이 쉬고 있을 때 식당으로 가서 배식 준비를 해야 하는 등, 쉬는 시간도 짧다. 그리고 설거지를 계속 해야 하다보니, '주부습진'이 생기기 마련이다.

 

언제는 한번 배식조 동기들이 잔반을 처리하러 가던 중, 잔반통이 엎어져 수습하느라 곤란했던 일도 있었다. 

헬게이트 열리는 순간이다.

완전히 멘붕이 오는 상황이었지만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배식조 동기들과 함께 이 역경을 헤쳐나갔다. 

정말이지, 장교여서 다행이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우리가 부사관이었으면 교관님들로부터 어떤 욕을 들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특공수색에서의 아쉬움

특공수색 교육 간 배우는 내용들은 정말 유익했다. 특히 교관님들이 경력이 눈부시게 화려하신 특전 부사관분들이라, 배울 것들이 참 많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야전에서의 경험이 전혀 없었던 소위였다보니, 작전에 대해서 말씀하셔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다. 

 

결국 교관분들은 정말 훌륭했지만, 우리가 들을 레벨이었을지는 모르겠다.(아니면 본인만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래도 이런 교육을 받으니 몰랐던 것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되었지만, 야전에서 경험을 조금 쌓고 교육을 들었다면 학습효과가 배가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보병학교로 돌아간다고? 안돼!!

특수전 학교가 시설이 좋다보니 떠나기가 싫어졌다. 보병학교로 가면 또 그 '탁탁' 거리는 라디에이터와 비좁고 냄새나는 화장실을 써야 하는데, 정말 남은 OBC 교육을 특수전학교에서 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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