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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소위 때 관리한 도움 및 배려 용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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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및 배려 용사
군대에 가지 말아야 할 인원들까지 군대에 보내는 현실이 안타깝다

도움 및 배려 용사란? 

도움 및 배려 용사는 옛날 말로 하면 관심병사이다. 도움 용사하고 배려 용사가 있는데, '도움'의 경우가 심각한 편이다. 배려 용사로 선정되는 기준은 사소한 경우에는 여자친구와 결별을 한 것으로도 선정이 된다. 

항정신성의약품
도움 용사들 같은 경우는 항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하기 때문에 매번 약 먹는 것도 간부가 통제해야 한다

배려 용사도 다른 용사들에 비해 면담을 자주 해줘야 하지만 도움 용사같은 경우는 거의 매일 해야한다. 

 

도움 용사는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기타 정신과적인 문제를 앓고 있기 때문에 언제 극단적인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대장 취임 전날에 전입 온 신병.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신병

신병과의 면담

소대장 취임 전날에 우리 소대로 전입 온 신병이 있었다. 원래 신병들은 전입 오고 나서 얼마 안 되어서 적응을 잘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까지 우리 소대원들을 봤을 때 처음부터 텐션이 높은 소대원들은 없었다. 다 무언가 긴장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소대장이기 때문에 전입 온 지 1달도 안 된 소대원(나도 전입 온 지 1달도 안 됐는데..)이 부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면담을 해주어야 했다. 

 

면담 간에는 가벼운 대화로 시작해서 부대에 와서 힘든 것이 없는지 물어본다. 대개의 경우 없다고 말하기 때문에, '부대에 처음 왔는데 어떻게 안 힘들 수가 있냐'는 식으로 공감을 해주며 힘든 것을 말하라고 한다. 

다행히도 구타나 가혹행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보다 컸다.

그런데도 딱히 별 말이 없었다. 구타가 있는 것은 아닌지, 선임들이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신병한테 물어봤자 별 소득이 없을 것 같아서 돌려보냈다. 

 

소대원들 전체를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지만 구타나 가혹행위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사실을 말한 신병

그러던 어느 날, 신병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아보이기에 프라이버시가 확보된 공간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이제와서 신병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공황장애
신병의 문제는 공황장애였다

신병의 말로는 본인이 군에 입대하기 전에 공황장애를 앓은 적이 있었지만 훈련소에서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병 입장에서 이를 비밀로 부치고 싶어했기에 나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이는 중대장님과 행정보급관님도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되어 나머지 중대원들에게 비밀로 하는 대신 중대 간부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이후, 신병의 등급은 '도움'으로 변경되었고 이 때부터 국군대전병원으로 정기검진을 가곤 했다. 

상황이 긴급할 때면 응급차를 타고 대전병원까지 같이 가곤 했다.

급격히 악화된 병세, 국군대전병원 측에서의 입원 거부

그러다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국군대전병원에서 처방받은 항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하는데, 이것이 무슨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증상을 악화시킨 것이다. 

 

어느 때는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무는 경우도 발생하여 크게 충격 받은 적도 있었다. 이때 응급차에 태워서 같이 대전병원에 간 적이 있다. 

입원은 부대에 있을 때 다음날 살아 있을지도 모를, 위태로운 인원들만 하는 것이었다.

부대에서 이렇게 계속 관리하는 데에도 제한이 있었기에 입원을 고려하였다. 지원과장님이 군의관한테 잘 말해서 입원시키라고 하셔서 군의관한테 가서 입원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하지만 국군대전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라는 답변을 한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병실이 거의 다 찼으며, 입원은 내일 당장 살아있을지 의문이 드는 인원들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으니 더는 할 말이 없었다. 

 

현역복무부적합심사 

이제 군생활을 1개월 조금한 상황인데도 이 정도면 앞으로의 군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신 중대장님은 '현역복무부적합심사'에 회부하여 이 신병을 전역시키고자 하셨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현역복무부적합심사로 전역하게 되면 사회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실제로는 불이익이 전혀 없다) 이는 신병의 인생과 직결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소대장인 본인이 잘 케어해보겠다고 중대장님께 청원을 드린 바 있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역복무부적합심사를 하는 쪽으로 진행됐다.(이렇게 전역해도 불이익이 없으니 정말 잘 된 것이다.) 

 

용사들의 개인심리를 파악하는 데 쓰이는 '신인성 검사'를 통해 신병의 상태를 파악한 결과, 충격적이었다. '6개월 이내에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는 항목에 '매우 그렇다' 등의 답변에 체크를 한 것이었다.

 

아마 그토록 숨기고 싶어했던 공황장애 증상을 중대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보였으니 자존감이 급락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증거와 국군대전병원에서 군의관의 소견을 종합한 것을 통해서 신병은 전입온지 약 2개월만에 전역을 했다. 

 

도움 및 배려 용사와의 약 2개월 동안의 경험

한 마디로 안타까웠다. 이는 군에게도 손해인 것은 물론이고 한 개인의 정신상태가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퇴근을 하고 나서도 갑자기 신병이 공황장애 증세로 앓을 때면 침대에서 바로 내려와서 바로 뛰어왔다. 약을 먹이는 것은 당직사관이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내 소대원이기 때문에 면담을 계속해야 했기에 온 것이다.(또 면담 끝나면 '부대행정업무'에 면담 내용을 기록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지쳐갔다. 퇴근을 해도 또 연락이 오진 않을지 불안했다. 그리고 상황이 발생하면 또 뛰어나가야 했다. 내가 군인인지 구급대원인지, 상담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 신병이 전역한 다음에는 그래도 편안해져서 다행이지만 신병이 올 때마다 항상 두려웠다. 이는 곧 강제적인 야근과 주말 근무로 나를 피곤하게 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특공부대임에도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렇다면 일반 보병부대는 얼마나 심각할지 감이 안 잡힌다. 

 

병무청에서는 대체 어떻게 현역 인원을 선발하는 것인지, 그냥 다 보내는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병력자원이 없어도 군에 있어서는 안 될 인원들이 군에 유입되는 것은 막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내 희망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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