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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소위 시절 소대 내 부사관과의 갈등

by 엘티파크 2023.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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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와 부사관과의 갈등
갓 전입 온 소위 VS. 4년차 하사. 장교로 임관하면 흔히 겪을 수 있는 문제다.

1. 장교와 부사관과의 관계 

계급상의 차이
아래는 부사관 계급, 중간은 준사관, 은색으로 되어 있는 것이 바로 위관급 장교 계급이다.

계급상으로는 장교가 부사관보다 위다. 그렇기 때문에 군생활 30년 이상 한 원사분도 갓 전입 온 소위를 보면 경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교가 부사관을 하대해서는 안 된다. 서로 존중해주는 것이 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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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룰이 잘 안 지켜질 때가 있다. 신임 장교가 부대에 전입왔을 때인데, 소위들은 보통 본인들의 위치를 잘 안다. 계급'만' 높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소위들은 중대에 있는 막내 하사라고 해서 무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서로 존중해주고 친해져야 업무가 원활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소위들은 가끔 부사관들에게 무시받곤 한다.

 

이는 경력이 없기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기도 하다. 어느 누가 처음부터 잘 할 수 있겠는가. 

 

2. 소위 시절, 부사관 소대원과의 불화가 생기다

전임자께서 인수인계 간에 말씀해주셨던 것이 있었다. 전임자께서도 소위 때 부사관 소대원과의 마찰이 많았다는 것이다. 해당 부사관은 능력이 출중하지만 소대장과의 이견이 생길 때가 많아서 많은 갈등을 빚으셨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러면서 친해졌고, 전임자께서 전역하시기 전에는 그 어느 때보다 그 부사관과 친해졌고, 그 부사관은 전임자가 전역하신다는 것에 매우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이제 내가 그 부사관의 소대장이 되었다. 전임자께서는 해당 부사관의 말이 가끔 말이 거슬려도 원래 성격이 그러하니 잘 이해하길 바란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도 성격이 부처가 아닌지라, 그 부사관의 행동이 거슬렸다. 그렇다고 지적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적하면 싸움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와 그 부사관은 사이가 멀어졌다. 소대장이기에, 얼른 친해져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가가기 어려웠다. 이 쯤되니 중대장님께서도 걱정하시기 시작했다. 

 

중대장님께서도 해당 부사관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그 부사관과 친해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소대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친해질 것을 요구하셨다.

 

하지만 역시 다가가기 힘든 인물이었다. 

 

3. 부사관과의 화해

우리 소대가 5분전투대기부대 임무를 맡을 때였다. 5분전투대기부대 임무를 맡으면 퇴근을 못하고 부대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부사관과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대 간부 연구실에 나와 그 부사관만 남게 된 순간이 왔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그간 쌓아올렸던 마음의 벽을 허물려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비록 3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말이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나에게 어떤 것이 실망스러웠는지 말씀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감정의 텐션이 높아지면서 말을 하는 것이다. '소대장님이 소대원에 대해 관심도 잘 못 주는 것도 불만이고,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불만이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당시에 부대에서 시키는 일이 있었기에 여단으로 가야 할 일이 잦았는데, 그러다보니 일과 시간 내에 대대에 못 있는 나날이 많았다. 하지만 대대로 복귀하고 나서 소대원들 찾아가서 특이사항을 항상 파악하곤 했다. 

 

또한 무시하는 것도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그 동안 업무적으로만 대했던 것이었다. 

 

이러한 오해를 서로 말을 해 나가면서 풀어나갔다. 그러면서 본의는 아니었지만 서로 느낀 감정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부사관과의 화해 이후
화해한 이후 찍은 사진. 해당 부사관은 사진에 찍히기 싫다고 하며 대신 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러면서 감정의 벽도 허물어지고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4. 친해질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5분전투대기부대 임무가 끝나고 나서는 웃으며 인사를 하곤 했다. 술을 마시러 가자고는 했지만 서로 일정이 있어서 다음으로 미루고 했다.

 

그렇게 나는 11월달에 공수기본교육을 받으러 갔다. 공수기본교육 3주차가 되고 실제 강하를 하는 날이었다. 이제 4번째 강하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새벽에 전화가 10통이 넘게 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무언가 큰 일이 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전화를 해 보니, 해당 부사관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공수기본, 강하
마지막 강하는 정말 암울했다

그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암울했다. 마지막 강하고 뭐고 얼른 부대로 복귀해서 무슨 일인지 파악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우울한 마음은 뒤로 한 채 낙하산을 메며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공수기본교육을 수료하고 나서 바로 부대로 복귀하고 정황을 들어보니 심혈관질환으로 인해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그 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빨리 친해질 걸'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화해를 하고 나서 5분전투대기부대 임무 수행간 '전역하고 무얼 하고 싶나'는 질문에 '빵집을 차리고 싶다'라고 답한 것이. 아직 세상에 있었다면 그 부사관이 만들어준 빵을 먹을 수 있었을텐데, 너무나도 안타깝다. 

 

이러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인해 기일이 되면 항상 대전현충원에 가서 생전에 좋아했던 술을 따라주며 같이 술을 마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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