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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전역의 마음을 품고 육군 항공장교에 지원하다

by 엘티파크 2023.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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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항공장교
파일럿이라는 멋도 그렇지만 헬기를 조종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크게 다가왔다

1. 육군 항공장교란 

육군이라 하면 바로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보병
육군, 그냥 지상에서만 작전하는 거 아니었어?

바로 총을 들고 야지를 헤매는 보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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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병과에는 산을 타고 다니는 보병, 포를 쏘는 포병, 전차를 몰고 다니는 기갑, 등등, 지상에서 작전을 하는 병과가 대부분이다. 

보병포병기갑
보병, 포병, 기갑.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육군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지상에서 작전을 하지 않는 육군 부대가 있다. 바로 육군 항공이다. 

헬리콥터를 조종하며 아군에게 보급품을 조달하기도 하고, 지상에 있는 아군을 공중에서 지원해주기도 하는 것이 육군 항공의 역할이다. 

 

2. 육군 항공장교가 되고 싶었던 이유

 

군생활의 회의감 

원래는 보병 병과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군생활을 그만 두고 싶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1.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매일 출근하고 뭘 하고 있기는 한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소대원 면담, 부대행정업무 작성, 소대원 신인성 검사 지시 등이 있겠다. 

 

물론, 이게 다 부대 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것일 수 있겠지만 이럴 때마다 '내가 군인인가, 유치원 교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의미 없는 작전

우리 부대가 계룡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계룡대 방호 목적으로 수색/매복 작전을 한다. 그렇지만 작전 나갈 때 소대장만 탄을 챙기고(그 마저도 공포탄, 실탄은 영영 납봉되어 있다) 소대원들은 빈 총만 챙긴다. 

 

수색/매복 작전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등산이었다. 어떻게 의미 부여하려고는 하지만 적이 계룡대까지 와서 인민군복을 입고 '나 계룡대 공격하러 왔소'라고 할 리는 없다. 

 

그럴 일이 없으니까 분명 소대장만 탄을 챙기라고 한 것일 듯하다. 또한, 계룡대에 이미 최전방에 배치한 최신형 감시장비를 도입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되려 감시 당하는 꼴이었다. 어디 '산에서 휴식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다. 

 

3. 형식을 매우매우 중요시한다. 

작전 계획보고를 하러 대대장실에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대대장은 내가 작성한 계획 보고 내용은 안 보고, 줄 간격, 폰트만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야, 여기 줄이 안 맞잖아, 여기 글꼴은 왜 여기하고 다른데?'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별 거창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부차적인 것에 그리 신경을 쓴다는 것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4. 전투력? 필요 없고, 통일성만 갖춰!

개인적으로, 본인이 휴대하고 있는 K1A 소총 개머리판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아서 사비를 털어서 교체했다. 

기본 K1A 소총. 개머리판 부분이 매우 허술하다
특공여단 시절 본인 총. 보급형 레일에 앵글 그립을 부착하고, 개머리판을 새로 교체한 것이다

203 특공여단 때는 그래도 사제장비에 대해서 어느정도 관대했었는데, 203 신속대응여단으로 개편되니까 모든 중점은 '통일성'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니 방탄복에 부탁한 파우치들은 보급품 아니면 다 떼고, 총기 부품도 보급한 것만 쓰라고 한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보급품보다 사제품이 더 좋으니까 쓰는 것이고, 그리고 내 개인 사비를 털어서 구매한 것이다. 그런데 '통일성'을 이유로 모든 걸 하위평준화 시킨다면 이보다 더 미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 개인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군에서는 개인 전투력보다는 형식을 더 중요시 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군을 보면, 개인 장구류가 통일 되어 있지 않아도 잘만 싸운다. 현재 전쟁하고 있는 나라에서 통일성 강조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는 듯하다. 

 

육군 항공은 그래도 합리적일 듯하다

그래서 육군 항공으로 가기로 했다. 육군 항공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아서, 갈 수 있다고 하면 그래도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과 근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헬기 조종 기술은 전역하고 나서도 쓸 수 있는 좋은 기술이라 생각했다. 

 

3. 육군 항공장교에 지원하다

시력

육군 항공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시력이다. 당시 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스마일 라식을 받았다. 그렇게 시력 검사는 통과했다. 

 

영어

영어도 중요하게 본다고 해서 토익 시험을 다시 봤다. 영어에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950점을 받고 의기양양해졌다. 

 

지휘관 평정

이건 잘 모르겠다. 중대장님께서는 잘 써주신 것 같은데, 대대장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잘 써줬을지는 모르겠다. 

 

상훈

300워리어로 인한 참모총장님 상은 문의해보니, 국방인사정보체계에 들어가 있지만 이에 대한 추가 점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타 후보생 때 받은 학교장님 상장(소장급)도 의미가 없게 됐다. 

 

이 상태에서 지원서를 넣었고, 면접을 보러 가게 됐다.

 

4. 육군 항공장교 면접, 그리고 탈락

면접을 보러 육군항공학교에 갔다. 정말 시설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면접을 봤을 때 집단 면접과 개인 면접을 보는데, 이 때 딱히 별 말 실수는 안 했다고 생각한다.(내 생각에만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면접이 끝나고 약 1달 뒤 결과를 보니,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기분이 안 좋았다가 이내 좋아졌다. 그 이유는 이제 전역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항공장교로 갔으면 최소 10년은 채워야 했는데, 이제 그 기간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불합격했다는 것, 그러니까 실패했다는 것 때문에 씁쓸한 마음이 들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도전하였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보니, 떨어뜨려줘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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