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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2020년도 학군장교가 바라본 OBC,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 경험

by 엘티파크 202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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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 수료식 때
3개월 간의 교육을 마치고 상무대에 위치한 육군보병학교에서 담임교관님, 동기들과 찍은 사진 한 장

1. 두려움과 기대감이 반반이었던 육군보병학교행

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상무대로 가는 길에 들린 절에서

임관 후 7일 뒤에 보병학교에 입교하게 됐다. 7일간 학군 동기들과 함께 술도 마시고, 개인적으로 여행도 다니는 등 새로운 출발을 위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임관식 관련 글: 2023.08.05 - [군생활회고] - 황금베레 장교의 군생활회고 #14 코로나 여파로 학군단에서 임관식이 진행되다

 

황금베레 장교의 군생활회고 #14 코로나 여파로 학군단에서 임관식이 진행되다

1. 아니, 임관식이 학군단에서 조촐히 진행된다고? 임관식의 로망을 박살내버린 코로나 다들 알다시피 2020년에는 전세계에 악영향을 끼친, 거대한 일이 발생했다. 바로 코로나다. 19년도 12월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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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입교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보병학교는 학군교와는 달리 학군 동기들끼리만 교육 받는 곳이 아니라, 육군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동기들과 함께 교육을 받는 곳이어서다. 

육사는 4년간, 3사관학교는 2년간 학교에서 갇혀 지내면서 군사학 교육을 많이 받았을 텐데, 그에 비해 학군 출신이라 배운 것이 많지 않았던 나는 이들과 경쟁을 어떻게 할지 막막했다. 

 

2. 처음으로 육사, 3사 동기들과 교육을 받다

야외 교육 간 동기들과 한 컷

본인과 같이 교육을 받는 동기들은 특전사 혹은 특공/수색 부대에 가는 '특전반'에 소속되어 있어서 다들 체력이 매우 좋았다. 사실상 1월달부터 체력단련에 소홀했던 나와는 달리, 육사 및 3사관학교 동기들은 체력이 너무나도 좋았다.(일부는 3KM 3달리기가 9-10분대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임관하기 전까지 학교에서 체력단련을 지속적으로 시킨 것 같다.(아니면 개인적으로 계발을 했거나. 어느 경우든 훌륭하다)

그 동안 자랑으로 여겨왔던 300워리어의 명예가 실추되다 

그 동안 자랑스러워 했던 300워리어 패치가 보병학교에 오면서 부끄러워졌다.

그러다보니 본인이 황금베레를 가지고 있고, 전투복에 300워리어 패치가 있는 것이 무색해져 보였다. 달리기 할 때 헉헉대는 내 모습을 보며 틀림없이 '쟤 300워리어 맞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심지어 학군 동기 중에는 '야 그거 나도 도전했으면 땄어'라는 말을 던진 동기도 있었다. 자존심이 매우 상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생각해서라도 보병학교에 올 때까지 체력단련을 소홀히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기 통제가 안 된 내 탓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체력은 특급이었다. 다만, 여기는 '특전반'인만큼, 특급이 아니면 인간대우를 받지 못할 정도로 특급 그 너머를 추구한다는 것이 문제였을 뿐이다.

 

*관련 글: 

2023.08.01 - [군생활회고] - 황금베레 장교의 군생활회고 #10 육군 최정예 300워리어에 도전하다 1부

 

황금베레 장교의 군생활회고 #10 육군 최정예 300워리어에 도전하다 1부

1. 최정예 300워리어란? (사관후보생 분야) 최정예 300워리어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기 전에 받은 동계 군사훈련 때였다. 생활관 내에서 이와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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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 [군생활회고] - 황금베레 장교의 군생활회고 #11 육군 최정예 300워리어에 도전하다 2부

 

황금베레 장교의 군생활회고 #11 육군 최정예 300워리어에 도전하다 2부

1. 실패할 것 같지만 도전하다 8월달 즈음에 소위로 임관하기 전 마지막 훈련을 받고자 학군교로 왔었다. 학군교에서 같이 훈련을 받는 동기들과 트러블도 있었고(분대 방어 간 공포탄 탄피를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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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 - [군생활회고] - 황금베레 장교의 군생활회고 #12 나라사랑투어, 육군 최정예 300워리어 시상식

 

황금베레 장교의 군생활회고 #12 나라사랑투어, 육군 최정예 300워리어 시상식

1. 나라사랑투어를 가다 선발의 기쁨. 임관 후에도 유지되는 기록 300워리어에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다. 이때 당시만 하더라도 군생활을 오래 할 의향이 있었는데, 이런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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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군단에서 무엇을 배운 걸까

 

분명 학군단에서도 군사학 수업을 하곤 했다. 하지만, 군사학을 그리 깊게 다루지는 않았다. 해봤자 워게임을 어떻게 하고 투명도형 작성을 어떻게 하는지 등이었는데, 몇번 안 다루다보니 보병학교에서 힘겨운 나날들을 보냈다. 

 

그렇지만 학군단에도 교범이 있었기에 관심이 있었다면 찾아보았을 것이다. 결국 누구의 탓도 아니라 내가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은 탓으로 인해 보병학교에서 배움이 더뎠다. 

보병학교 생활관. 4인용 방인데, 엄청 비좁고 시설이 열악하다. 특이 밤에 라디에이터에서 나오는 '탁탁' 소리가 수면을 방해했다

실제로 같이 방을 썼던 육사 출신 동기들과 3사관학교출신 동기들은 투명도형 작성에 능했는데, 나만 홀로 뒤쳐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심적으로 힘들었다. 

 

누가 OBC가 꿀이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잠을 줄여가며 동기들에게 물어보며 투명도형 작성 요령을 익혀나갔다. 대학교 졸업하면 밤샘 공부 없을 줄 알았는데, 다시 대학생이 된 기분이었다.(과제에 찌든) 

 

3. 토론을 위한 토론을 하는 것 같은 OBC 교육 방식에 지치다

교육 간에는 교육생들끼리 토론이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뭘까

OBC 교육기간 내내 끊이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토론이다. 토론이 나쁜 것은 아니다. 토론을 통해 서로 간 알고 있는 내용들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OBC 교육 동안 이뤄지는 토론은 '점수'를 받기 위한 토론이라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발표 점수가 있기에, 열정이 있는 동기들은(이때는 임관한지 얼마 안 되어서 다들 열정이 넘친다) 어떻게 해서라든 1점을 더 받기 위해 남이 발표한 것에 태클을 걸곤 했다. 

 

기억이 나진 않지만, 본인도 이러한 상황에 휩쓸려서 누군가에게 태클을 걸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그렇게까지 나왔는지 후회가 된다. 

 

동기가 어떤 발표를 하면 '그건 교범 상에 맞지 않습니다'라며 태클을 거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이것 때문에 우리 군이 예전의 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든다. 

 

4. 공공연히 행해지는 출신 간 차별

앞서 말했듯이, 육사는 4년, 3사관학교는 2년을 사관학교에서 보낸다. 학군은 반면에 자유로운 환경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방학 때 짧게 짧게 군사훈련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사관학교를 나온 동기들은 학군 출신들을 더러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같이 다니는 무리들을 보면 육사 동기들을 중심으로 3사관학교 동기들이 주요 무리였는데, 학군 동기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본인 견해일 뿐, 아닐 수 있다)

 

물론 사관학교를 나온 동기들이 받아온 훈련에 비하면 학군 동기들이 내세울 것이 부족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결국 동기인데, 그런 식으로 차별한다는 것이 탐탁치는 않았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끝도 없긴 하다. 토익 950점인 내가 다른 출신에 비해 영어를 못하는가, 해외 경험이 없는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강점이 다 따로 있는데, 이를 존중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결국 OBC 내내 학군 동기들끼리만 친하게 지내고 다른 출신들과 교류를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여기서부터 골품제가 시작되는 걸까? 

 

나라를 지키려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임관했는데도 이렇게 서로 출신으로 우열을 나누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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