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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텍사스 A&M 대학교 ROTC 리더십 연수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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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전투복을 바꿔입어보았다.

1. 광활한 텍사스 A&M 대학교 투어, 그리고 군인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인식 

텍사스 A&M 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면적 비교. 얼마나 넓은지 감이 올 것이라 예상된다. 

일단 처음으로 텍사스 A&M 대학교를 왔다보니 투어를 시작했다. 미국 땅, 특히 텍사스는 땅이 워낙 넓다보니 '텍사스에서는 뭐든 게 다 크다'(Everything's bigger in Texas)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대학 면적도 매우 넓었다. 우리나라 대학교 중에서도 가장 면적이 넓은 서울대보다도 1.5배 이상은 넓은 듯 했다. (학내에 대학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교양수업 들으러 타 단과대학 가는 것도 엄청 고될 듯하다..)

 

여길 다 돌아다니는 것도 2일은 걸릴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학교에서 잘 알려져 있는 곳 위주로 돌아다녔다. 

첨탑 부분이 조선총독부를 연상케하는 대학본부 건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답게 건물이 고풍스럽다 

대학교 투어를 다닐 때는 복장이 전투복이었는데, 한국도 아니고 외국에서 전투복을 입는 것은 처음이라 매우 어색하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도 군복을 입고 행동을 조심해야하는데 여기는 우리가 하는 행동이 우리 국군을 대표하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히 행동하였다. 

 

그러고 보니 전투복을 입었을 때 사람들이 엄청 친절했었다. 사복을 입고 다녔을 때는 우리가 중국인으로 보여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놓고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당했었는데,(사실 인종차별은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동부에서 2년 살 때는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는데, 남부라 그런지 그런 일이 빈번한 듯하다.) 군복을 입었을 때에는 사람들이 존경을 표하는 것이었다. 

 

마트에서 있었던 일인데, 계산을 하고 나니 종업원이 가격을 말하고 난 뒤에 "그나저나 복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었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어느 트럭 운전자분이 날 보고 목례를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지나가던 애기도 "복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것이 너무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여서 뭐 특별하게 대하는 것이 없지만 군인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적용하는 등, 군인들을 하대하는 현상을 생각하면 인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람보1에서 나온 람보의 독백장면. 전후 군인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잘 표현했다.

이에 대해서 미군 생도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미국도 예전에는 군인들을 안 좋게 바라보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 때의 일인데, 이 때는 영화 '람보'의 마지막 장면에서 람보가 전쟁이 끝난 이후에 귀국을 하니 사람들이 자기를 '베이비 킬러'라고 하며 침을 뱉는 등의 모욕을 겪었다고 하는 것처럼 실제로 미군도 그러한 시기를 거쳤다는 것이다. 

국기 게양대 앞에서

미군이 그러한 대접을 받다가 이제 대우를 받게 된 데에는 모병제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우리도 모병제를 하면 인식이 좋아질까? 그건 잘 모르겠다. 미군의 대우가 좋은 데에는 실제로 전투를 함으로써 정말로 국가와 국민을, 더 나아가 미국인의 삶의 방식을 지킨다는 이미지가 굳건해졌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는 실질적으로 전투를 하지 않다보니, 그리고 군인인지, 직장인인지 모르겠을 정도의 행정처리(부대행정업무에 용사들 외진 기록, 훈련 참가 여부, 교육훈련 점수 기입하는 것, 그 외 여러가지)에 익숙해진 행정군대가 되어서 국민들이 '군'이라는 조직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집단이 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북한군하고 전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보니, 우리 군이 정말 '싸우는 군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국민들이 군의 존재 목적을 알고 군인들이 국가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주면서 군인들을 대우해주지 않을까. 

 

2. 리더십 수업

리더십 수업 간 사용했던 강의실. 브루멧 대위님과 브라운 박사님의 리더십 수업이 많은 지혜를 준 듯하다.

지금와서 기억나는 것은 많지 않지만 인상 깊은 것이 몇몇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진정성 리더십과 아래 '믿음', 혹은 '분업'과 관련된 것이다. 진정성 리더십은 현재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지 않지만 부하를 대할 때 솔직하게 대하라는 것이어서 이를 통해 소위로 임관한 다음에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얻게 되었다. 

부하들을 믿어라. 

'장교는 모든 것을 다 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궁금했다. 장교라면, '체력이 뒤처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용사나 부사관들보다 기관총, 박격포를 비롯한 각종 화기를 더 잘 다룰 수 있어야 하는 등, 모든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야 믿고 잘 따라오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장교가 다 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물론 어느정도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겠지만은, 장교는 직접적으로 그러한 화기를 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지휘를 하는 사람이기에, 실질적으로 그러한 화기를 운용하는 부사관이나 용사들보다 기관총을 더 잘 쏠 필요도 없고, 박격포도 잘 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그렇다고 아예 모르면 곤란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사관이나 용사들이 장교들에 비해 각종 화기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고, 그 대신 장교는 시기적절하게 그러한 화력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명예와 신의를 지키며 전우애로 굳게 단결한다'의 가장 모순되는 물건

우리 육군복무신조에는 다음과 같은 절이 있다. 마지막 절인데, '우리는 명예와 신의를 지키며 전우애로 굳게 단결한다'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단어는 '신의'이다. 신의는 믿음을 의미하는데, 우리 군대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서로 못 믿어서 난리다. 믿고 있었다면 탄피받이는 왜 하겠는가?(용사를 못 믿어서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장교와 부사관으로만 구성된 707에서 근무했던 보병학교 동기 말을 들어보면 거기서도 탄피받이 쓴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생각나는 게 믿음이었다. 미군은 용사와 부사관으로 구성된 Enlisted의 경우에는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자나 지휘관이 그들의 전문성을 믿고 전투를 수행하기 때문에 지휘하는 데 있어서 여유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못 믿다보니 장교가 모든 것을 세세히 체크하고 다 자기가 알아서 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계속 정신없이 바쁜 것이다.

중위 때 교육훈련에 임하고 있는 본인(좌)과 소대원들(우)

이런 믿음이 생긴 데에는 각자 위치에서 자기가 할 일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를 생각해보면 평상시 교육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질적인 교육훈련을 많이 실행해서 우리 군이 믿음을 구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으면 좋겠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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