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육을 매우 피곤하게 했던 각종 훈련들
1달간 생활하면서 각종 활동들을 했다. 장애물 코스 훈련들이었는데, 우리로 치면 유격훈련장 정도 되는 곳일 것 같다. 학군단 후보생 때는 유격 훈련을 받은 바 없고, 소위로 임관하고 나서 보병학교에서 유격훈련을 받은 바 있다. 그때도 물론 힘들었지만 이때는 정말 엄청났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각종 근육들이 상당히 당기는 것이, 완전히 처음 경험해 본 것이고, 군생활 하면서도 이런 장애물 코스는 경험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활동들을 하면서 폭우가 쏟아진 적이 있었다. 우리 군대 식대로 하자면 취소하는 식으로 진행하겠지만, 여기는 텍사스다. 그런 거 없다. 폭우가 와도 예정되어 있었던 일정을 진행하였다. 이유는 '비 오면 전쟁 안 하나'였다. 우리는 비만 오면 이런 일정을 취소한다고 말을 하니 웃음을 감추지 못하셨던 브루멧 대위님이 생각난다.
항상 에너제틱하게!
비를 맞으며 훈련을 했기 때문에 전투화도 다 젖었다.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은 것이다. 텍사스 날씨가 대체로 따뜻하긴 하지만 이때는 2월달이라 좀 추웠다. 몸이 다 젖으니 더 추운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훈련이 다 끝난 상황이라 실내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지만 그대로 있으면 감기 걸릴 것은 뻔했다.
이때 브루멧 대위님이 에너제틱한 모습으로 '뛰자'라고 하셨다. 그러한 모습을 보니 우리도 힘이 생겨서 뛰게 되었다.
움직이다보니 춥지도 않고 더워졌다. 그러다보니 기분도 더 좋아져서 팔굽혀펴기 등등 여러가지 활동을 했었다. 기쁘게 말이다.
추후에 브루멧 대위님이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나 또한 춥고 비참하게 느껴졌지만 이대로 있으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에너제틱한 모습으로 운동을 독려한 것이다.' 이런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 리더라면 상황이 안 좋을 때도 상황을 좋게 만드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항상 에너제틱한 모습으로 부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브루멧 대위님이 뛰자고 하는 대신 그냥 무표정으로 계셨다면 뛰기는 하겠지만 즐겁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영향을 받아서, 장교로 임관한 이후에 부하들과 체력단련 할 때는 항상 열정적인 모습으로 즐겁게 하려고 하였다.
2. 탄피받이? 그런 거 없이 자유롭게 쏴 보자!
텍사스 하면 또 떠오르는 게 아마 총일 것이다. 미국 동부인 필라델피아에서 살 때는 아마 실내 사격장도 못 봤던 것 같은데,(물론 그 때는 초등학생이었던 때라 아예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여기는 사격장이 이곳 저곳 있으며 심지어 홈플러스 같은 마트에 가면 다음과 같은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마트에는 총기 코너가 따로 있으며 치약박스 같이 생긴 박스 안에 총알을 넣어서 팔고 있다. 대단한 문화충격이었다. 이를 통해서 텍사스가 총기에 대해 얼마나 자유로운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사격을 하고 싶어졌다. 학군교에서 사격할 때는 총기에 이상한 고리도 걸고 탄피받이도 장착한 상태에서 사격을 했는데 이러한 것이 없는, 정말 자유로운 사격을 해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사격장을 가서 총을 고르고 몇 발 쏘겠다고 말하니 직원이 쇼케이스에 있던 총을 꺼내면서 안전검사를 한번 한 뒤, 슬라이드가 젖힌 총을 건네며 탄박스와 표적지를 주었다. (50발에 30달러쯤 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실탄사격장에 비하면 싸다.)
학군교(육군학생군사학교) 사격 방식에 익숙했던지라, 총하고 탄박스를 받으면서 '어 이거 옆에서 직원이 탄알집 안 주는구나'라며 당황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탄알집에 45ACP 탄을 직접 삽탄한 뒤 사격을 진행했다. 한번도 이런 자유로움을 맛 본 적이 없으므로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각종 안전장치가 없으니 마음만 먹으면 사격장에 있는 누군가가 나한테 총을 쏠 수도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내 익숙해져서 삽탄하는 재미도 느끼고 여러 자세를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당연히 사격 끝난 다음에는 습관처럼 안전검사를 한 이후, 슬라이드를 젖혀서 반납을 실시했다.
친구들 총으로 사격을 해보다!
한번은 우리를 위해서 친구들이 개인적으로 소지하고 있던 총을 사격장에서 빌려주기도 했다.(민간 사격장에서) 권총으로는 베레타, K5(당시에는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 미국에서 보니 너무 신기했다.), 리볼버 등이 있었고, 소총으로는 M1 개런드와 M1 카빈이 있었다.
권총도 재미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소총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바로 2차 세계대전, 그리고 6.25 전쟁 당시 쓰였던 소총이었기 때문이다. K2만 쏴봤었기 때문에 장전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총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한번 알려주고 난 뒤에는 대충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어 장전도 직접 해보면서 사격을 진행했다. M1 개런드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총알이 크다보니 반동이 매우 강력했다. 나중에 가서는 어깨가 아플 정도였다. 그래도 8발을 다 쏘고 나면 노리쇠가 후퇴함에 따라 탄 클립이 위로 배출되며 '팅' 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근데 문제는 이거 8발을 탄 클립에 삽탄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던 것이다. 탄을 삽탄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세워넣었다가 6-7발 째에 탄이 지그재그식으로 형상을 좀 갖춰서야 탄을 제대로 정렬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M1 카빈은 그와는 반대로 우리에게 익숙한, 탄알집을 아래에서 위로 끼워넣는 식으로 장전을 했고, 탄도 권총탄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탄을 썼기 때문에 반동이 매우 적었다. 거의 없는 정도였다.
이러한 클래식 총기를 사격하다가 옆에 계셨던 어떤 아저씨께서 자기 소총도 한번 쏴봐도 된다고 하셔서 사격을 해보는 특권을 누렸다. 우리가 학군교에서 썼던 K2 총기보다 더 멋있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당시에는 구경도 못해봤던 조준경이 달려 있어서 너무나도 신기했던 것이다. 바로 이 순간에 장비의 편리함을 느꼈다. 이러한 장비가 있다면 가늠쇠와 가늠자를 일치시켜 사격하는 불편함을 덜고 빨간 점이 보이는 대로 사격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여러 총기를 쏘면서 친구들과 총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등,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탄피받이 없이 사격하니 속이 시원한 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바닥에는 탄피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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