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텍사스 A&M 대학교 ROTC 리더십 연수를 받으러 가게 된 계기
3학년 사관후보생 때 텍사스 A&M 대학교로 가서 1달간 리더십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방학 기간 중에 텍사스 A&M 대학교로 가서 미군 생도들과 같이 생활하며 미군의 좋은 문화와 미군들의 마인드 등을 잘 배워와서 우리 군에 적용하기에 참 좋은 기회라고 판단되어 가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됐다.
영어성적 및 군사훈련 점수 등으로 선발을 하는 것인데 선발 인원이 한 40명 정도 되었다. 학군단 한 기수에 한 3천명 정도 되는 걸 감안하면 경쟁률이 1:75인 셈이다.(물론 3천 명 전원이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보니 실제 경쟁률은 이보다 한참 낮을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 유학을 한 경험도 있고 영어라면 자신이 있어서 토익 시험도 하계군사훈련 전에 치렀다. 하계 군사훈련같은 경우는 일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 물론 그랬다고 해서 군사훈련에서 전국 1등을 하기는 커녕 교육대대에서 1등을 한 것도 아니다. 동기들과 훈련을 재밌게 받으며 훈련에도 열심히 임했던 게 다였다.
입영 훈련 간에 토익 성적이 통보되었고 확인을 해보니 940점인가 받았던 것 같다. 훈련성적도 저조하진 않아서 지원을 했고 선발이 되었다. 그러나 본인 외의 동기들 같은 경우는 700점대도 있었던 경우도 있었으니 900점까지 나오려고 노력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국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사비로 가는 것이다보니 돈은 본인이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만 ROTC 중앙회에서 장학금을 50% 정도 지원해주니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20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학 중에 해외로 여행도 갈 겸, 좋은 것도 배워오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올 것이란 생각을 하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싶다.
2. 텍사스 A&M 대학교로 출발, 그리고 도착
4학년으로 승급 전에 받는 동계 군사훈련을 받고 난 뒤에 1월 말에 출발했다. 전국단위로 선발하는 것이다보니 만난 동기들의 학교가 다 제각각이었다. 이전에 훈련 받으면서 만난 동기들도 있었지만 거의 다 처음 보는지라 초반에는 살짝 어색했다.
김포공항에서 베이징을 거쳐 휴스턴에 도착했는데, 동기 한명이 입국심사대에서 걸려 출발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유는 뭔지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 얘기를 듣고 보니 텍사스 A&M 대학교 생도단장님(미군 준장)이 전화를 거니까 바로 풀려났다던데, 미군 장군의 권력이란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질 무렵에 버스에 탑승하니 밤이 되어 대학교에 도착했다. 버스가 멈추고 나니 단복을 입은 미군 생도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미 어두컴컴한 밤이었기 때문에 어딜 둘러볼 새 없이 기숙사로 가서 짐을 풀었다.
신기했던 건, 여기는 생활 공간에 여자/남자 구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같은 방을 쓰지는 않지만 여자 기숙사, 남자 기숙사가 따로 있는 한국에 비하면 신기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3. 매우 놀라웠던 아침, 그리고 아침운동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었던지라 잠도 잘 못자고 일어났는데, 5시 30분이 되니 누군가 복도를 뛰어 다니며 기상나팔을 부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보니 누군가 체육복 복장으로 나팔을 불고 있던 것이었다. 우리처럼 방송으로 '그' 나팔소리를 틀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팔을 부니까 너무 생소했다.(이건 각 중대마다 다르다 이 중대는 나팔을 불었지만 다른 중대는 피리같은 걸로 깨우기도 한다고 들었다.)
나팔만 부는 것이 아니라 특정 멘트까지 말해야 한다. 다음은 그 멘트다.
"Kill! F1(중대이름) Finest First! Sir, first call for morning activity sir! Sir, the uniform for morning activity is outfit physical training gear sir! Sir, the officer of the day is Mr. ~ sir! Sir, the sergeant of the day is Mr. ~ sir! Sir, the sophomore of the say is Mr. ~ sir! Sir, fall out in 5 minutes sir!
*아침활동에 대한 안내, 그리고 오늘 지휘근무자들이 누구고 몇 분 이내로 집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에 대한 멘트다.
근데 꽤 엄격하다. 나팔을 부는 이는 1학년 생도로, 1~4학년까지 위치하는 텍사스 A&M 생도단 특성상, 계급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만약 나팔을 잘못 불거나 멘트를 말하던 중에 말을 더듬으면 4학년 생도가 '야, 다시 해!' 라고 하거나 심할 경우 '엎드려뻗쳐'를 명령한다.
그걸 보면서 '와, 군기가 장난 없구나 여기는'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마냥 자유로울 줄 알았던 미군 문화가 매우 엄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점호 집합을 국기 게양대 앞에서 완료하고 나면 대대장 생도가 인원파악을 다 한 뒤에 점호가 시작된다. 국기에 대한 경례 이후에 바로 체력단련으로 넘어가던데, 아침 점호 시에 환자 파악, 애국가 제창, 육군 복무신조, 국군도수체조를 해서 점호가 길어지게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침 체력단련은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체력 특급이 나오는 수준이긴 했지만 여기 생도들에 비해서는 뒤처졌다. 아침체력단련 루틴은 다음과 같다.
약 5km 달리기, 런지, 버피테스트, 턱걸이 3종 세트를 묶은 순환 운동, 타이어 뒤집기
이걸 하면서 느꼈다. 다음날에 근육통으로 인해 아침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그리고 정말로 아팠다) 그러면서 또 생각이 났던 게, '이러니까 다들 몸이 좋구나'였다. 서양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피지컬이 동양인과는 다르다고 하는데, 일정부분 맞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 매일 이렇게 체력단련하는데도 몸이 안 좋은 게 이상한 것이라 생각된다.
심지어 해병대 장교를 희망하는 그룹이 있고 네이비실을 장교를 희망하는 그룹도 있었는데, 특히 네이비실 그룹 같은 경우는 5km 뜀걸음을 군장 메고 한다. 장비도 좋고 체력도 좋으니 세계 최강인 게 당연한 것 같다.
그러나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니다. 재미도 있었다. 뜀걸음을 하면서 미군 군가도 배우고 '전선을 간다'와 같이 한국 군가를 알려주기도 하니 같이 웃으며 화이팅하는 식으로 흘러가서 매우 재밌었다.
그러면서 이때 당시에 들었던 생각이 '우리 대한민국은 미군보다 장비가 좋은 것도 아닌데 체력이라도 열심히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아침운동을 했으니 이제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으러 갈 차례다. 그냥 주는대로 식판에 받아서 먹을 수 있는 우리와는 달리, 이곳은 풍족 그 자체다. 뷔페식이어서 본인이 먹고 싶은 거 담아가면 된다. 심지어 마운틴 듀, 코카콜라 등등 탄산음료도 마실 수 있다. 고기류가 많다보니 여기는 단백질 파우더도 먹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먹는 것이 단백질 그 자체다.
1학년 때 멸치였다가 3학년이 되어서 이두 근육이 매우 굵은 몸을 가지게 된 친구를 보며 비결이 여기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도 군인들에게 이 정도 지원을 해줬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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