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s Boot : 유보트 승조원들의 이야기

잠수함 관련 영화 중 최고로 손꼽히는 작품

 

Das Boot(영어로는 The Boat)라는 간단한 제목을 지녔으면서도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영화는 1981년에 볼프강 페테르젠(Wolfgang Petersen) 감독이 내놓은 작품입니다. 로타르 귄터 부하임(Lothar-Günther Buchheim)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로서, 전쟁 당시 유보트라 알려진 독일 잠수함이 대서양 연안에서 작전을 하면서 승조원들이 겪는 위험한 상황들을 꾸밈없이 사실 그대로 묘사한 것으로 유명한 영화입니다.

러닝타임 간 끊이지 않는 긴장감과 높은 현실성은 영화에 계속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특히 유보트 내 폐쇄적인 환경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인 승조원들이 살아남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완벽할 정도로 고증되어 있다는 것이 특히 주목할만합니다. 이러한 설정 덕에 여러 대사나 특이한 플롯이 없어도 충분히 격렬한 이미지와 메세지를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잠수함이 찌그러지는 소리, 공포에 질린 승조원들의 신음소리, 어뢰를 쏘는 소리는 주목할만했으며, 무엇보다도 액티브 소나로 알려진 음파소리는 <붉은 10월>이라든지, <헌터킬러>등 여러 잠수함 영화에서 쓰일만큼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유보트 U-96의 출항기, 그리고 복귀할 때까지의 험난한 여정 

 

1. 고전하고 있는 독일 해군

때는 1941년으로 , 나치 독일과 추축국들이 소련을 침공할 정도로 기고만장할 때였습니다. 연합국들의 보급을 교란하고 해상에서 작전을 수월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독일 유보트 잠수함들이 대서양에서 활발히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전을 수행하면서 독일 또한 피해가 만만찮았는데, 이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영국이 독일 잠수함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했기 때문입니다. 통신을 감청하고 레이더로 위치를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앨런 튜링이 발명해낸 암호해독기가 잠수함의 예상 진로, 위치, 목적지까지 다 알아낼 수 있는 상황에서 독일 해군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일 해군에서 베테랑 승조원들은 거의 찾기 어려워지고 이제 갓 작전에 투입되는 병력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시작됩니다.

 

2. 죽음을 앞에 둔 광란의 파티

독일 해군 정훈병과 소속으로 추정되는 베르너 소위는 U-96라 불리는 유보트에 승선하여 종군기자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승선 전날, 깔끔한 해군 정복 차림으로 장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파티에 참석하게 됩니다. 미래에 생존할지, 죽을지도 모를 뿐더러 죽게 된다면 잠수함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어떠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기에 파티에 참석한 이들은 내일따위는 없는 것처럼 술에 취하며 광적으로, 신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여러 전투에 참전하여 여러 훈장을 수여받은 톰센 대위조차 이미 취할대로 취했음에도 계속 술을 마시며 토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깔끔한 정복차림을 한 것과는 전혀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3. 화려한만큼 불안한 출항일

다음날 U-96의 함장 하인리히 레만빌렌브로크 대위(이하 '함장')는 기관장의 브리핑을 받으며 U-96가 출발할 준비가 되었는지 체크하며 정박 중인 잠수함까지 걸어갑니다. 흠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깔끔해보이는 잠수함 위에는 모든 승조원들이 함장의 사열을 받기 위해 매우 깔끔한 복장으로 오와 열을 맞추며 정렬하고 있었습니다. 선임사관의 각진 보고를 받은 함장은 같이 승선하게 된 베르너 소위를 소개하며 출발을 명령합니다. U-96 유보트는 군악대의 연주와 여러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출발하게 되는데, 환대가 화려하다는 것은 U-96 승조원들이 미래에 위태로운 일을 할 것에 대해 미리 보상해 주는 것이라 생각하니 이들이 겪게 될 일들이 매우 위태로울 것을 예측하게 하였습니다.

 

4. 열악하고 위태롭기 그지없는 잠수함에서의 생활상

베르너 소위는 유보트 시설 이곳저곳을 소개받으며 놀라움과 신기함에 사로잡혀 여러 사진을 찍게 됩니다. 그 중에는 승조원들이 깔끔한 복장을 하며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것도 있는데, 초반에 깔끔한 복장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30명이 넘는 승조원에 비해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으며 비좁은 환경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이들 얼굴에는 수염이 점점 길어지고 복장도 정복에서 간편한 복장으로 입게되는 등, 점진적으로 지저분해지게 됩니다. 뿐만아니라, 습한 환경으로 인해 식량에는 곰팡이가 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5. 잠수함에서 맞이하게 되는 각종 전투들로 피폐해지는 승조원과 U-96

영국 해군에 발각된 잠수함은 수심 깊이 잠항하여 적들이 그들을 못 찾고 물러가기를 원했지만 잠수함 승조원들의 기대와는 달리 촘촘히 울리는 소나 탐지음과 함께 영국 해군은 잠수함을 향해 수중 폭탄들을 쏟아 부었습니다. 비록 폭탄이 잠수함에 직접적으로 맞지 않았지만 이는 잠수함에 물이 새게 하며 승조원들을 공포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물이 샐 때마다 승조원들은 잠수함이 침몰하는 것으로부터 막기 위해 정신 없이 분주히 움직이며 밸브를 잠그는 일을 하였습니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종군기자 신분으로 온 베르너 소위도 승조원의 일부로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정신없고 두려운 일들이 반복되자, 기관실에서 근무를 하던 내연장 요한은 극도의 공포에 빠지며 잠항 중인 잠수함의 해치를 열고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여러 전투 상황을 겪으면서 U-96 유보트 또한 출항일 당시 흠집 없이 완벽한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승조원들처럼 피폐해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6.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선 잠수함 승조원들

상부로부터 임무를 하달받고 임무를 수행 중인 U-96 유보트는 영국 해군과 공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침몰하게 됩니다. 잠수함에는 물이 차고 있고 한 없이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승조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물이 차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이 들어오는 통로를 막고 한마음 한 뜻이 되어 물을 빼는 작업을 합니다. 결국 물 새는 것을 막고 물도 어떻게 다 빼어 냈지만, 잠수함을 수면 위로 들어 올리는 작업이 매우 더뎌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잠수함 내 산소가 매우 부족해졌고 몇 시간 이내에 수리를 완료하지 못하면 승조원 전원이 잠수함 내에서 질식사를 하게 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 모든 인원들이 산소 마스크를 낀 채 수면에 들어갔었고 베르너 소위는 도중에 잠에서 깨게 됩니다. 잠에서 깬 베르너 소위 앞에는 '미안하게 됐네'라고 말을 하는 함장이 있었습니다. 함장의 표정에는 희망이라고는 온 데 간 데 없고 좌절만이 보였고, 그에 따라 베르너 소위도 자신이 죽게 된다는 상황에 좌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기관장의 보고를 받게 된 함장은 또 다시 희망을 찾게 되고 모든 승조원을 기상시켜 상황을 설명하고 수면위로 올라갈 것을 명령합니다. 이미 측정할 수 없을만큼 깊은 곳에 침몰한 U-96가 서서히 상승하게 되면서 이를 지켜본 모든 승조원들의 표정이 불안함으로부터 기쁨으로 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그렇게 U-96는 수면 위로 떠올랐고, 기지로 복귀하는 데 성공합니다.

 

7. 돌아왔으나, 돌아온 것이 아니다.

이미 영국군에게 피해를 입을대로 입은 U-96는 피폐해진 승조원들처럼 너덜너덜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지로 성공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기지에는 출항할 당시보다 더 많은 인파와 높은 직위를 가진 인사들이 잠수함 승조원들을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환영식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연합군의 공습으로 인해 모든 인원들이 혼비백산되어 안전한 피신처를 향해 도망을 가게 됩니다. 공습이 끝난 후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하러 나간 베르너 소위는 차석 사관의 시체를 보게 되고 죽어가는 함장이 또 다시 침몰하는 U-96를 보면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을 보게 되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위협적인 적으로만 보여졌던 유보트의 시각에서 영화를 보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여러 영화들이 있었지만 이는 모두 연합군의 시각에서 바라본 영화로서, 해상 전투가 나온다고 하면 유보트가 적으로 나오기만 했습니다. <U-571>이란 영화에서 유보트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미군들이 유보트를 탈취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 또한 연합군의 시각에서 상황을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유보트 승조원의 생활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유보트가 연합군에 의해 공격 당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승조원들의 용모와 복장이 지저분해지는데, 그것 또한 잘 재현해 냈다는 점에서 상당히 사실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고증과 함께 소나 음파가 울렸을 때 승조원들의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과 침몰한 U-96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의 표정변화 등 마치 실제 상황을 보는 듯한 연기 덕에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집중할 수 있었으며 승조원들과 함께 긴장하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