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1. 베트남 전쟁 간 땅굴이 쓰인 이유, 그리고 그 역할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미군과 전쟁을 하게 된 북베트남 정부는 화력과 인력, 장비 등 모든 면에서 미군에 비해 열세였다.
하지만 미군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지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베트남은 대부분 정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일단 숲에 숨어 있으면 적들을 찾기 매우 어려웠다.
그렇지만, 아무리 정글에 숨어 있더라도 대규모 포격이나 폭격을 맞게 될 경우에는 전투원들의 생존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베트콩 입장에서는 대책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나오게 된 것이 바로 땅굴이다. 이러한 땅굴에 숨은 베트콩들은 미군 측에서 아무리 포를 쏘고 폭격을 해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땅굴들은 규모가 매우 컸기 때문에 비트와 같은 은신처의 기능 뿐만 아니라 보급로, 병원, 무기고, 통신소, 병영 등의 역할을 했다.
게다가 위장까지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군들이 정글에 가서 땅굴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리고 찾는 도중 부비트랩으로 피해도 많이 입었기 때문에 미군들은 이 구찌 일대를 장악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남베트남 쪽에 있던 북베트남군이 미군을 상대로 계속 싸울 수 있게 한 곳이 바로 이 구찌 땅굴이라 할 수 있다.
2. 구찌 터널 투어 예약 방법, 구찌 터널 투어 소개
구찌 터널 투어는 Klook 사이트에서 예약 가능하다.
호치민시에서 택시를 타고 갈 수 있지만,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투어를 예약해서 가는 것이 비교도 안 될만큼 훨씬 싸다.
그리고 중간 중간 가이드가 영어로 장소들, 그리고 베트남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유익한 시간이 된다.
2.1. 도시에서 벗어나 베트남 시골 풍경을 보다.
호치민 도심에서 벗어나 구찌터널로 가는 길에 오르면 시골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무언가 우리나라 시골 풍경 같으면서도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산이 보이냐 안 보이냐였던 것 같다.
2.2. 고엽제 피해자분들의 워크샵 방문
베트남 전쟁 간, 전장이 정글로 되어 있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미군은 수풀을 제거하기 위해서 하늘에서 고엽제를 뿌렸다.
이러한 고엽제는 베트콩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기형아를 낳게 되는 참사를 일으킨다.
방문하게 되는 장소는 고엽제 피해자분들을 후원하는 차원에서 미술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피해자분들을 보면 베트남 전쟁은 끝났지만, 그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3. 구찌 터널 도착
고엽제 피해자분들의 워크샵에서 약 40분 정도 더 가면 구찌터널에 도착한다.
내려서 조금 구경을 하니 여기서 사이공 강 투어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투어 시작 이후 방문하는 곳은 구찌 터널 영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영상이 만들어진 지 수십년이 지난 것 같은데, 음질이 안 좋아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원래 구찌 주민들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는데, 미군이 갑자기 포격을 하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다쳤다. 이러한 이유로 터널을 만들어서 미국에 대항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깊게 들어가지는 못해서 저렇게까지 깊게 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미군의 포격과 폭격에도 괜찮았다고 하니, 저 모형에 나온 것처럼 깊은 것 같기도 하다.
모형을 보면 기어가는 인원도 보이는데, 베트콩이 전쟁 당시 실제로 썼던 땅굴에 들어가보니 기어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좁았다.
2.4. 땅굴 내부 모습. 등산복 같은 걸 입고 가길!
땅굴 입구는 위장이 매우 훌륭하게 되어 있었다. 애초에 구멍이 좁아서 그런지, 나무 판자 하나만 덮어 두니 감쪽같았다.
이러니 미군들이 이 땅굴을 찾는 데 매우 난항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들어가보니 땅굴이 아주 좁게 형성되어 있었다. 나무 판자를 덮고 나니 눈을 뜬 것과 감은 것이 동일할 정도로 어두웠다.
이를 실제로 후레쉬를 켠 상태에서 가 보기로 했다.
내부는 매우 협소했다. 오리걸음조차 할 수 없어서 무릎을 꿇으며 기어가야 했다.
미군들은 이 땅굴을 무력화하기 위해 땅굴에서 싸우는 전담 팀을 꾸렸다고 하는데, 네 발로 기어가면서 어떻게 싸웠을지 궁금하다.
어둡고 습한 것이 딱 뱀과 같은 파충류들이 선호하는 공간이라 언제 마주칠지 모르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헤쳐나아갔다.
다행인 것은 전투화에 전투복 바지(둘 다 사제) 차림이어서 진흙이 묻어도 상관 없다는 것이다.
구찌 터널 갈 때 최대한 등산복 같은 걸 입고 가는 걸 추천한다.
아니나 다를까, 출구에서 나와서 뒤 돌아보니 한 30cm 쯤 되는 지네가 출구에서 기어가고 있었다.
땅굴 기어가는 건 선택사항이니 폐쇄 공포증이 있거나 각종 벌레가 무서우신 분들은 안 들어가는 걸 추천한다.
그런데 이 터널도 나름 관광객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던데, 실제 터널은 따로 존재한다. 바로 다음 터널이다.
이 곳은 관리가 안 되어 있어서 쥐, 뱀, 박쥐, 지네, 등등 여러 유해 생물들이 서식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이드가 나를 집더니 한번 가볼 것을 권유해서 가보기로 했다.(아, 나도 뱀 무서운데..)
터널은 매우 협소해서 말 그대로 기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안에 뱀이 무조건 있을 것 같아서 가기 싫었지만, 이제와서 빠꾸하긴 늦었다..
땅굴 안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동영상을 남기고 싶을 정도였는데, 그러면 후레쉬를 쓸 수 없으니 사진만 찍었다.
앞전에 들어갔던 땅굴은 나름 보존처리가 되어 있는 듯했는데, 여기는 땜질된 부분이 전혀 없었다.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위로는 뱀 굴이 보이고(다행히 뱀은 못봤다), 한 10m 정도 기어가니까 5m 가까이 있는 박쥐가 내가 접근하는 걸 느낀 나머지, 반대방향으로 달아났다.
땅굴은 끝없이 이어졌지만, 더 들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뒤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뒤로 기어가니까 비로소 바퀴벌레 같은 것들이 수도 없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눈 앞에 있는 것들을 보고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땅굴에서 나오니 거대한 지네가 나를 반겨주었다.
땅굴 상태가 지금에 와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고, 전쟁 당시에도 이랬다고 한다. 이러니, 미군의 포격과 폭격에서는 안전할지 몰라도, 각종 병균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말라리아로 인해서 사망한 베트콩들이 전투 중 전사한 것 다음으로 많았다고 하니, 땅굴 자체가 위험한 곳임은 분명하다.
조금 더 안전한 터널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사격장 이후에 나오는 터널에 가 볼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기어갈 필요가 없고, 그냥 오리 걸음 수준으로 가면 되고, 각종 벌레가 없다.
2.5. 기타 볼 것들
거의 영화 '쏘우'를 연상케하는 부비트랩들도 보인다.
2.6. 사격장
군에서 이미 5.56mm 탄을 다뤄봤으니 이번에는 7.62mm를 다루기로 했다. 하지만 총기가 너무 노후화되어서 그런지, 2발에 한번 꼴로 기능고장이 걸린다..
심지어는 공이 탄의 뇌관을 건드렸다가 발사가 안 되어서 '뭐야?' 하는 순간 갑자기 발사되기도 하는 등, 거의 뭐 랜덤한 확률로 탄이 발사된다.
그래도 K1, K2, AR-15과 같은 총기보다 반동이 조금 더 쎄다고 느껴졌다.
3. 끝으로
구찌 터널을 가면서 미군에 비해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열세한 베트콩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 싸웠다는 것을 느꼈다.
본인도 특수정찰 훈련 때 비트에서 무박 2일 훈련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비트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더 열악한 환경에서 몇 년을 버텼다는 것이 매우 대단했다.
베트남 전쟁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면 구찌 터널을 방문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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