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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2019년도 학군장교 임관식 통역 임무 수행

by 엘티파크 2023.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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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학군장교 임관식에 참석한 미군 무관분들. 본인은 미군 무관분들을 안내 및 통역하는 임무를 맡았다.

1. 2019년도 학군장교 임관식 지원에 나서다

텍사스 A&M 대학교를 다녀온 이후 어느덧 4학년 후보생으로 승급되었다. 애매하게 작아보이던 학년장에 작대기가 하나 더 붙더니 제법 모양새를 갖춘 것 같았다. 구타와 가혹행위가 만연하던 20년 전에는 '대령 계급과도 안 바꾸는 4학년'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만큼 학군단에서 단장님이나 훈육관님 빼고 높은 사람이 없으니 편안했던 것이다. 57기 선배님들이 소위로 임관하시기 때문이다. 

기초군사훈련 때 기훈지도후보생 선배님들이 붙이시던 계급장을 어느덧 내가 붙이게 되었다.

57기 선배님들 임관식이 예정됨에 따라 공문이 하달되었다.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연수를 받고 온 후보생들을 임관식 행사 지원으로 쓸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통역 및 안내인데, 이는 임관식에 우리 군 관계자들만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외국 무관분들께서도 임관식에 참석하기 때문이었다. 

 

2. 처음으로 마음 편히 학군교로 가다!

그래서 임관식 전날에 임관식이 거행될 학군교(육군학생군사학교)로 가서 행사와 관련하여 알아야 할 사항과, 어떤 임무를 맡게 될지에 대해서 교육 받았다. 

텍사스를 다녀오고 다시 모인 TAMU 6기. 단복 입은 모습을 처음 보니 뭔가 낯설었다.

학군교는 우리가 군사훈련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학군교를 갈 때마다 '이번 훈련은 얼마나 힘들까'하면서 가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훈련이 아니라 지원을 나간 것이기에 마음 편히 갈 수 있었다. 

 

3. 사관후보생이 들어갈 수 없는 금기의 장소를 방문하다

그리고 지원을 나온 후보생들이기 때문에 통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그래서 군사훈련 받을 때는 가는 것에 대해서 상상도 못할 장소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바로 분식집이었다. 매번 '짬밥'이라 불리는 밥을 후보생식당에 가서 먹곤 하였는데, 그러다 보니 분식집에서 파는 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던 것이었다. 

분식집에서 파는 치킨과 라면. 외부에서 파는 게 당연히 더 맛있지만, 학군교에 있는 이상 이 보다 더 맛있는 건 없다.

그래서 PX도 들릴겸, 분식집도 들려서 동기들과 식사를 했다. 아마 후보생 식당도 운영했던 것 같은데, 굳이 이런 옵션을 두고 갈 리가 없었다. 

 

그리고 잠은 당연히 학군교에서 군사훈련 받을 때와 동일하게 생활관에서 잤다. 자기 전에 동기들과 여러 대화를 나눴는데, 텍사스에 있었을 때가 대화 주제였다. 

생활관에 있는 관물대 모습. 원래 여기에 전투복과 방탄복, 각종 장구류를 놓곤 하는데, 단복을 걸어놓으니 뭔가 어색했다.

4. 드디어 대망의 임관식날

각 동기들의 단모를 모아서 찍은 사진. 지금은 모르겠지만, 이 때는 단모에 다는 문양들이 학교별로 달랐다.

드디어 임관식 날이 되었고, 선배님들께서 완벽한 임관식을 가질 수 있도록 임관식 예행연습을 몇 번이고 반복하셨다. 우리는 무관분들께서 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본인이 맡은 무관분들이 오시면 그 즉시 안내 및 통역 임무를 수행하였다. 

내 미래라고 생각했던 그 때. 하지만 본인은 코로나 때문에 임관식을 학군단에서 조촐히 하였다.

무관분들 계급은 주로 대령이셨는데, 이라크하고 미얀마에서는 준장급 무관분들이 오시기도 하셨다. 본인은 미국 무관을 모시게 되었는데, 미국은 어떠한 이유에서였는지는 몰라도, 소령급 무관분들께서 오셨다. 

 

5. 마지막으로 등장하신 미국 무관분들 

군 고위 장성분들, 외국 무관분들 등이 모인 사열대

임관식을 앞두고 참모총장님 및 국방부 장관님께서 헬리콥터를 타고 오시는 소리가 들렸고, 임관식 행사 사열대에는 높으신 분들이 많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무관분들께서는 아직 오지 않으셔서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늦으시면 곤란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미국 무관분들께서 위병소를 통과하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렇게 재빨리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만난 미국측 무관분들께 경례를 하고 통역 및 안내 임무를 맡게 된 사관후보생이라고 간단히 소개를 하였다. 원래는 무관분들께서 기다리시면서 차를 마시는 공간이 있었지만, 임관식이 곧 시작될 예정이어서 바로 사열대로 안내를 해 드렸다. 

자리를 잡으신 미국 무관님(중앙)

시간이 없는 관계로, 별 대화는 못 나누고 자리만 안내 해드렸다. 두 분께서 오셨는데 한 분만 자리에 착석하고 나머지 한 분은 나와 함께 사열대 바깥에서 임관식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 분과는 여러 대화를 나눴다. 

 

그분은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우리로 따지면 육사 출신인 분이셨다. 그래서 민감한 주제일 수 있지만, 언제 또 이런 질문을 할까 싶어서 여쭈어 보았다. 미국은 진급 시에 출신을 많이 따지는지 말이다. 하지만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한국에서 육사출신이 주요 보직을 다 차지한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계신 듯 했다. 미군 내에서는 철저히 능력 위주로 진급을 시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 듯했다. 

 

실제로 장교로 복무하면서 느낀 것은, 육사 출신이 확실히 일을 잘 하는 것 같기는 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을 잘 하는 인원들이 높이 올라가서 군을 잘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학군 장교를 비롯한 타 출신 장교들이 육사에 비해 열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점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관식 동안 대화를 같이 나눈 램 소령님.

6. 임관식을 마치며 

미국 무관분들 뿐만 아니라 인도, 그리고 폴란드 무관(대령)분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임관식을 바라보면서 내년의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 기분이 어떨지 궁금했다. 중학생 때부터 이뤄왔던 꿈이 드디어 이뤄지는 순간이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물론 임관을 하면 지옥이 시작되겠지만 말이다. 

학군교 본관 앞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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