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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학군단 후보생, 육군 최정예 300워리어에 도전하다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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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워리어 황금베레, 상장
육/해/공 본부가 위치해 있는 계룡대에서 19년도 육군 최정예 300워리어를 상징하는 황금베레와 육군참모총장님 상장을 받을 때의 사진

1. 최정예 300워리어란? (사관후보생 분야)

최정예 300워리어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기 전에 받은 동계 군사훈련 때였다. 생활관 내에서 이와 관련된 대화를 동기들이 나누고 있던 것이었다. 들어보니 한 마디로 '선발되기 어마무시하게 어렵다'는 것이었다. 

체력은 특급 이상에, 사격도 거의 만발, 거기에다 4학년 되어서야 처음 배우는 독도법도 마스터 해야한다.

그 이유는 황금베레를 쓰기 위해서는 체력검정을 받을 때 정자세라 불리는 'FM'자세로 특급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특급 그 이상을 받아야 하며, 사격도 거의 20발 만발 가까이 쏴야 할 뿐만 아니라, 두뇌의 영역이라 생각되는 독도법(주어진 좌표를 군사지도에 찍고, 해당 위치에 정확히 도달하는 것)도 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뿐이 아니다. 황금베레를 쓰기 위해서는 사관후보생인 이상,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해본 걸 해야 하는데, 

급속행군 장면 *출처 육군 블로그 아미누리

바로 20km 급속행군이다. 20km 행군은 뭐 아무것도 아니지만 제한된 시간이 3시간 30분이면 말이 달라진다. 20kg 군장을 메고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300워리어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기준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300워리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4가지 종목들을 점수화해서 4등안에 들어야지 황금베레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학군 동기가 3800명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모든 인원들이 도전한다고 가정하면 1:950이라는 경쟁률이 나온다. 물론 다 지원할 리가 없다. 나중에 알고보니 실제로 전국에서 지원한 동기들은 173명이었다. 그러니 이 때 당시에는 1:43.25의 경쟁률인 셈이다. 

 

2. 도전을 결심하다

동계 군사훈련 때 동기들이 하도 어렵다고 하니까 '그럼 한번 도전이라도 해볼까'라고 말했었다. 동기들의 반응은 "야 그거 못해", "우리 학교에서 체력 제일 좋은 선배가 그거 하다가 급속행군에서 떨어졌는데 네가 할 수 있겠냐"라고 안 된다고 했었다. 

"그 누구도 너한테 '넌 할 수 없어'라고 말하게 하지 마"-행복을 찾아서

그러면서 더 하고 싶어졌다. 중학생 때 내가 외고로 진학을 하겠다고 하니까 "야 쟤가 외고 간대" 하며 비웃었던 게 기억난다. 그도 그럴 것이 성적이 영어 말고는 거의 최하위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듣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꼭 목표한 바를 이루고 당당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외고를 가고자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면접 준비도 열심히 했다. 중학교 3학년 때가 바로 내 인생 최초로 열심히 살게 된 때였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외고에 합격했고 더는 누구도 비웃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19년도 목표를 300워리어 선발로 잡았다. 인정을 받음으로써 당당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3. 준비 과정

그렇다고 해서 태릉선수촌 선수들처럼 매일매일 힘겹게 운동을 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사관후보생이기 이전에 학생이었기에 과제에 치여 살면서 운동을 못 할 때가 많았다.(특히 조별과제할 때 무임승차한 친구들 때문에 과제하다가 일출을 보는 등, 힘들었다) 

 

운동은 숨통이 조금 트일 때 했던 것 같다. 밤에 잠이 안 오면 미친 척하고 새벽에 학군단 연병장을 뛰곤 했었다.(물론 이건 체력을 좋게 하기 위한 것 보다는 잠을 더 잘 자기 위한 목적이 더 크긴 했다)

체력 특급, 그 이상을 만들기 위한 여정

그리고 등산도 때가 되면 했었다. 급속행군을 한다고 하면 다리 근육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학군단 후배와 함께 계룡산 등산

그리고 방학이 시작됨에 따라 시간이 많아지면서 운동도 촘촘히 했는데, 한번은 폭우가 내릴 때 계룡산에 오른 적이 있다. 비가 내릴 때 산에 간 이유는 등산 간 시원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이 때는 산을 한번 뛰어 올라가봤다. 급속행군할 때는 군장 메고 뛰어야 하는데, 코스가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계룡산만큼 험난하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다 젖는 것까지 모자라, 에어팟 마이크까지 고장났었다..

그리고 한번 뉴질랜드에서 사는 친구(교환학생으로 온 친구인데, 한국에 있었을 때 많이 친했다)랑 뉴질랜드 국립공원(Abel tasman National park) 트레킹을 5일간 한 적도 있다. 이것도 등산인지라, 허벅지 근육 발달에 도움을 줬을 것이다. 

공기도 좋고 경치도 매우 좋은 뉴질랜드 산에서 나름 체력단련을 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체계적으로 준비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그래도 시간이 날 때 운동을 계속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학군교에서 운동하라고 통제할 때에만 다들 운동을 하지, 아무도 운동하라고 통제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운동하는 동기들이 몇 없다는 것이 그 비결이다. 

 

오히려 운동 강도를 낮추고 매일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넛지'라는 책을 보면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촉진하고자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걸 하기 쉽게'만드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넛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게끔 장려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일 것이다

그건 본인한테도 해당이 되기 때문에, 매일 강도 높게 운동을 함으로써 운동이란 행위를 어렵게 만들고, 그로 인해 운동이란 행위를 안 하는 것보다는 운동 강도를 조금 낮추어 하기 조금 쉽게 만들면 매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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