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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학군단 후보생, 육군 최정예 300워리어에 도전하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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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행군을 완주하고 훈육관님들과 한 컷

1. 실패할 것 같지만 도전하다

8월달 즈음에 소위로 임관하기 전 마지막 훈련을 받고자 학군교로 왔었다. 학군교에서 같이 훈련을 받는 동기들과 트러블도 있었고(분대 방어 간 공포탄 탄피를 분실한 것이다.. 당시 분위기는 매우 싸늘했으나 결국 찾았다) 재미난 일도 많았다. 일정에 있던 훈련을 다 받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4주차가 되었고, 300워리어 체력검정을 봐야 하는 순간이 왔다. 

 

그 전에도 체력검정을 통과하기 위해 훈련이 끝난 뒤에 자유시간에 운동을 했다. 주말에는 같이 300워리어에 도전할 동기와 뜀걸음을 실시하기도 했다. 사실 제일 우려되는 부분이 3KM 뜀걸음이었다. 12분 30초가 특급 기준인데, 매번 뛰어도 간당간당하게 들어왔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전국에 '날고 긴다'는 동기들만 지원을 하는데,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꼭 선발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 하자'라는 마음으로 남은 기간동안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열심히 하였다. 

 

2.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

영화 '론 서바이버'의 첫 장면. Navy Seal 대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훈련을 보여준다.

 이 때, 마음을 다잡는 데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이 영화 '론 서바이버'의 첫 장면이었다. 

훈련 과정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는 교육생. 나는 절대로 포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도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는 교육생. 이걸 보면서 '내가 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을 견지하게 되었다.
'Winning here is a conscious decision'. '이 과정을 통과하는 것은 의지에 달려있다'.
"너 정말 여기 남고 싶어"/"예!"   "확실해?"/"확실합니다!!"  교육생의 패기를 보며 나도 이러한 열정을 보여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아마 매일 이 영상을 보았던 것 같다. 이 영상을 보면 뭐가 됐든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불 타올랐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이 네이비 실 과정을 통과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힘드냐'는 생각으로 정말 독한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 이 쯤되니 300워리어 선발 과정이 쉬워보였다. 

 

2. 체력 검정을 실시하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3km 뜀걸음

체력 검정은 3종목을 봤다. 그간 팔굽혀펴기를 많이 해온지라, 가슴에 팔굽혀펴기 바가 완전히 닿은 상태에서 팔굽혀펴기를 실시했는데도 83개를 했다. 

 

윗몸일으키기도 FM 자세로 92개를 실시했다. 꽤나 철저하게 봐서 그런지 여기서도 떨어져 나가는 동기들이 몇몇 있었다. 

 

이 두 종목을 마치고 3km 뜀걸음을 하러 갔는데, 내가 아는 동기를 마주쳤다. 그 동기는 날 보고 웃으며 '야 넌 못해'라고 했는데, 뛰기 전에 그 말을 들으니 다른 건 몰라도 체력은 통과해서 내가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결과는 12분 21초. 9초를 앞두고 간당간당했지만 결국 체력검정은 통과한 것이다. 이때 동기들이 가장 많이 탈락하지 않았나 싶다.

 

3. 사격을 실시하다

중위 때 K-201 시범 사격을 실시하고 있는 본인

체력검정 다음날, 사격 평가를 진행했다. 사격은 훈련 간 18발을 맞추긴 하였으나, 너무 긴장한 것으로 인해 손이 떨려 표적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하나 좋았던 것은 사격장까지 가는 데 '무려' 버스에 태워다 준 것이었다! 

사격은 1차와 2차로 진행되는데, 1차 때 못하면 2차 때 또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본인은 다행히도 그날따라 그런건지는 몰라도 250 표적이 잘 보여서 19발을 맞췄기 때문에 2차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사격도 합격한 것이다! 여기서도 많이 떨어져 나간다. 

 

4. 독도법 평가를 받다

4학년 때 처음 배우는 독도법을 바로 평가한다. 그러나 교육 시간 때 집중했다면 걱정할 것 없다!

독도법은 훈련 간 본인이 자신 있었던 분야였다. 좌표를 찍고, 현재 위치를 파악한 뒤, 현 위치에서 목표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지형을 보면서 대략적인 걸음을 재면서 가다보면 목표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긴장되기는 하였지만 배웠던 것과 실습한 것을 통해 적용을 해보니 목표 2개를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찾지 못했는데, 시간이 초과되어 복귀하면 불합격이었기에 2개로 만족하고 돌아왔다. 

 

그렇게 찾은 목표물도 정확하게 짚은 것이었고, 마지막 종목인 급속행군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 때쯤인 것 같다. '정말 이거 될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든 것이.

 

5. 대망의 급속행군

대충 이런 걸 매고 20km를 뛴다.

독도법을 하면서 산을 오르락 내리락 했기 때문에 당연히 급속행군은 다음날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

독도법 평가를 끝마치고 한 1-2시간 생활관에서 쉰 다음에 급속행군을 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쉬기 전에 군장 무게를 20kg으로 맞추어 놓고 쉬었다.(20kg 군장 무게는 시작할 때, 그리고 끝날 때에도 잰다)  어떻게 하면 가장 편히 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편안하게 잘 쉬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지옥이 펼쳐질 시간이 왔다. 장구류를 착용하고(다행히도 방탄 헬멧이 아니라 정글모로 진행했다) 소총을 챙긴 다음, 군장을 메었다. 

 

계단을 내려가던 중, 생활관 동기들을 만났다. 나를 보며, 격려를 해주었는데 이 때 참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동기들이 나를 믿어준 만큼, 나도 그만큼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당당히 급속행군 장소로 이동했다. 

 

급속행군 할 때가 되니, 173명 중 한 20-30명만 남았던 것 같다. 다들 여기까지 올라온 거라면 그래도 강인하기 때문에 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동기들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꼴등으로 들어오더라도 완주는 꼭 해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본인을 포함하여 그 때 당시에는 다들 20km 급속행군이 처음인지라 가늠이 안 되었다. 그래서 어떠한 팁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우리 학교 훈육관님이 말씀하셨던 것이, 내리막길, 평지에서만 뛰고 오르막길에서는 무조건 걸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를 철칙으로 여겼다. 

 

드디어 급속행군이 시작했는데, 다들 처음부터 빨리 뛰는 것이었다. '역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동기들이니 빠른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페이스대로 갔다. 

 

총 6바퀴 반을 뛰어야 했는데, 1바퀴를 뛰고 난 이후부터 너무 힘든 것이었다. 정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계속 뛰었다. 뛰는 동안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의 환호가 너무나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한 3바퀴 뛸 때는 슬슬 다리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서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은 느낌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포기하는 동기들도 몇몇 발생하기 시작했다. 

 

4바퀴 째는 다리에 쥐가 왔다. 그런데 멈추면 증상이 심해질 것 같았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가던 길에 우리학교 동기를 발견했다. 그 동기도 다리에 쥐가 나서 뛸 수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다시 일어나, 가자'라고 했지만 그 동기는 이미 내려놓은 상태였다.

 

나 또한 너무 힘들었기에 이때부터는 정신 싸움이었다. 그간 봐왔던 네이비실 훈련 영상을 떠올리며 '이건 아무것도 아냐'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또 다른 영화를 떠올렸다. 

한 순간의 고통은 일생의 영광 값어치를 한다

'A moment of pain is worth a lifetime glory'(한 순간의 고통은 일생의 영광 값어치를 한다). 영화에서 나왔던 대사를 생각하며 끝까지 뛰었다. 

 

마지막 6바퀴 째 되어서는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발바닥이 타오르는 듯 했다. 그 때 날 보고 물을 건넸던 소령님이 기억난다. 내가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으니까 '너 괜찮냐'고 물어보신 것이다.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웃으며 소리치듯 말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한바퀴 남았습니다!!"라고. 일개 후보생이 소령한테 소리를 치는 미친 짓이었지만 이때는 이게 용납됐다. 마치 네이비실 훈련 과정에서 교관이 교육생에게 확실히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교육생이 교관한테 "확실합니다!"라고 소리쳤던 것처럼 말이다. 

급속행군 완주를 하고 뻗어있는 본인

그런 고난 끝에 드디어 완주를 하였다. 끝점에서 훈육관님들이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너무나도 반갑고, 완주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드렸기에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소총은 내팽겨치지 않았다

그리고 더 들어가니 동기들이 보였다. 동기들의 환호를 받으며 일단 누웠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눕고나니 다리가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마법을 보였다. 

 

그리고 결과를 보아하니, 원래 3시간 30분 안에 들어와야 할 것을 3시간 12분만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급속행군 등수도 4등으로, 매우 좋은 결과를 보였던 것이다.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이었다. 이를 통해 무엇이든 못 할 일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한 달 뒤, 종합점수를 매겼을 때, 내가 그 4등 중에 2등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전국 2등이 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황금베레를 쓰게 됐다. 

육군 최정예 300워리어 시상식 때, 서욱 육군참모총장님과 함께
4등 안에 속한 학군 동기들, 그리고 300워리어에 선발된 3사관학교 동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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