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영화화된 톰 클랜시의 작품
1990년에 존 맥티어넌 감독이 내놓은 액션 영화입니다. 톰 클랜시 작가가 처음으로 내놓은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이 그의 소설을 읽고 감탄할 정도로 플롯이 흥미로웠기에 영화로 나왔습니다. 영화는 잠수함을 운용하는 실력이 정상급이었던 소련의 마르코 라미우스 대령이 소련 체제에 회의감을 품어서 미국으로 망명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라미우스 함장의 망명을 막으려는 소련, 그리고 라미우스 함장의 망명 의도를 잘 모르기에 그의 접근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의 상황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형성한 영화였습니다. 또한, 라미우스 함장 역할을 숀 코네리가 맡으면서 함장의 권위가 매우 강렬하게 발산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으로 망명하려는 소련 잠수함 함장의 거친 여정
마르코 라미우스 함장은 '붉은 10월'이라 불리는 잠수함의 함장입니다. 붉은 10월은 미국이 레이더로 탐지할 수 없게 하는 '캐터필러' 장치가 탑재된 타이푼급 잠수함입니다. 이런 위협적인 장치를 만들 기술은 미국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소련 입장에서는 이 잠수함을 신뢰할만한 함장에게 맡기고 싶어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잠수함 전술에 탁월한 시야를 갖추고 있는 것과는 달리, 마르코 라미우스 함장은 소련 체제에 대해서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잠수함 내 동료들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하기로 합니다. 출항과 동시에 이미 망명 의사를 소련에 표했기 때문에 라미우스 함장은 돌아갈 곳이 없었습니다. 다만 라미우스와 그와 뜻을 같이한 동료 몇 명이 미국으로 망명을 원했던 것이지 나머지 모든 선원은 그렇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었고, 소련이 그의 망명을 불허하는 것과는 별개로 첨단 기술을 탑재한 잠수함을 미국 손에 넘어가게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라미우스가 망명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핵무기를 싣고 미국으로 접근해오는 소련 잠수함을 미국이 호의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란 것도 큰 문제입니다.
첫 번째 문제, 즉 라미우스와 몇몇 동료들만 망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머지 승조원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승조원으로부터 협조를 받을 수가 없을뿐더러, 소련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죽임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라미우스 함장은 출항 목적부터 미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미사일 실험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알렸습니다. 이미 잠수함에서 보낸 세월이 그 누구보다 많았기 때문에 모든 승조원은 이에 수긍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승조원들까지 미국으로 가면 소련에 남아 있는 이들 가족의 안위가 위험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 인근으로 가서는 원자력 발전소에 방사능이 유출되었다는 것을 핑계 삼아 다 내보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소련이 라미우스 함장의 망명 성공과 붉은 10월이 미국에 넘어가는 것을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거부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라미우스 함장은 오랜 세월 동안 소련 해군에서 복무했었기 때문에 모든 전략을 꿰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를 제거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은 소련은 외교관을 통해 미국에 잘못된 정보를 퍼뜨립니다. 라미우스 함장이 독단적으로 이탈하여 미국에 핵미사일을 쏘러 간다고 한 것인데, 의도는 미국도 붉은 10월을 찾아 나서며 제거함으로써 망명을 실패하게 만들고 첨단 기술이 미국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 문제인데, 이는 라미우스 함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CIA 요원에 의해 소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아냅니다. 비록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라미우스가 혼자 핵무기를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에 근거하여 움직이긴 했지만, 붉은 10월의 뒤를 쫓았던 미 해군 소속 댈러스함에 탑승함으로써 사실을 밝혀냅니다. 바로 붉은 10월과 소나 음파를 모스 부호로 씀으로써 라미우스 함장의 망명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라미우스 함장의 망명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은 그가 성공적으로 망명을 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미국이 '캐터필러'라는 장치를 습득하기 위해 라미우스 함장을 전적으로 지원합니다. 소련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은 알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소련을 안심시키려는 목적으로 붉은 10월에 어뢰를 발사하고 어뢰가 잠수함에 닿기 직전에 자폭시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소련은 붉은 10월이 격침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붉은 10월의 뒤를 쫓고 있었던 소련 잠수함 1척이 붉은 10월을 격침하기 위한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라미우스 함장의 전술적인 식견과 미국 해군의 지원으로 거부되고, 라미우스 함장은 미국으로 망명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지금도 사랑받는 액션 스릴러
<붉은 10월>은 1990년에 개봉된 이후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 평론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는 95%의 평론가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했고, 평점은 10점 만점에 8.5점이었습니다. 메타크리틱에서는 100점 만점에 58점을 받았는데, 이는 평균 혹은 그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론가들은 영화의 팽팽함과 긴장감 넘치는 플롯, 인상적인 시각효과, 높은 연기력에 대해서 상당한 호평을 했습니다. 특히 연기 관련해서는 숀 커네리가 라미우스 함장 역할을 함으로써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능숙하고 실력 있는 영화"라고 평했지만, 뉴욕 타임스의 재닛 매슬린은 "좋은 첩보 스릴러 영화의 구시대적인 가치를 기분 좋게 표현한 영화"라고 평했습니다.
좋은 평가도 있고 그렇지 못한 평가도 있지만 <붉은 10월>은 인기 있고 액션 스릴러 장르 입문용으로 좋게 평가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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