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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뺏고 빼앗기는 <고지전>, 전쟁의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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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직전 상황을 다룬 영화

<고지전>은 2011년에 장훈 감독이 내놓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1953년에 남과 북이 전술적으로 중요한 고지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시점에서 '애록고지'라고 불리는 고지를 휴전될 때까지 점령하기 위해 북한군으로부터 탈환하고 적의 끊임없는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도 하며, 적의 공세에 밀려 후퇴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뺏고 빼앗기는 이러한 상황이 휴전될 때까지 지속되면서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묘사한 영화입니다. 

 

휴전될 때까지 반복되는 고지에서 벌어지는 전투, 그리고 악어 중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강은표 중위는 대한민국 육군 방첩대에 소속된 장교입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이 판문점에서 휴전협정 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보직에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상관과 보도연맹사건에 대해 대화하다가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했다가 장군이 이를 듣게 되면서 그는 좌천됩니다. 그가 좌천된 곳은 동부전선으로, 그는 동부전선의 악어 중대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악어 중대에서 일어난 의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인민군이 쓴 편지가 악어 중대가 보낸 군사우편을 통해 전달된 적이 있는데, 누가 적과 내통을 한 것인가? 

2. 악어 중대의 전임 지휘관 기철진 대위가 전사했는데, 시신을 부검해보니 아군의 탄환이 발견되었다. 누가 쏜 것인가?

이 의문을 해결하고자 강은표 중위는 신임 중대장인 유재호 대위, 그리고 신병인 남성식 이병과 함께 악어중대로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악어 중대에 도착해보니 새로운 얼굴들 속에서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됩니다. 그는 바로 김수혁 중위였습니다. 강은표 중위와 김수혁 중위는 대학교 동기인데, 둘은 3년 전 의정부에서 소대장과 소대원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전쟁 초기 북한군의 공세에 밀려 항복하게 됐고, 북한군 군관이 패잔병이 된 이들을 살려준 이후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현재, 서로 중위 계급장을 달고 악어 중대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악어 중대에는 특이한 인원이 많았습니다. 계급에 비해 나이가 상당히 어린 신영일 대위는 모르핀 중독자였고, 악어 중대에서 오래 있었던 이상억은 신일영 대위를 막내라고 부르며 포항 이야기를 하는 정신 이상자였고, 악어 중대 전 인원은 포항 이야기를 꺼내면 정색하곤 했었습니다. 포항에서의 일은 포항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상륙정에 더 이상 사람이 탈 수 없음에도, 북한군이 코앞에서 다가오는 까닭에 상륙정에 타려고 하는 2소대 병력을 신일영(당시 이병)이 기관총으로 다 쏴 죽인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2소대는 전멸했지만 악어 중대가 전멸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2소대장이었던 이상억은 2소대 인원들이 어디 있느냐고 소란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상억은 이송 조치를 당합니다. 

애록고지를 북한군 측에서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점령하고자 끈질기게 싸웠고, 결국 애록고지 탈환에 성공한 악어 중대는 정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강은표 중위는 중대의 막내인 남성식 이병이 술에 취한 것을 보고 술을 출처를 알아내고, 장소에 가 보니 김수혁 중위를 비롯하여 양효삼 상사, 오기영 중사 등이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 장소에 술이 있던 것이 의심쩍은 강은표 중위는 술의 출처를 물어보는데, 그것이 북한군으로부터 얻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곳엔 또한 인민군의 편지가 있었는데, 자신이 조사해야 하는 것이었기에 사건의 전말을 김수혁 중위에게 물어봅니다. 고지의 주인이 계속 바뀌면서 귀중품을 다 휴대하고 내려갈 수 없었기 때문에 땅에 구멍을 파서 귀중품들을 묻고 위장한 후에 떠났는데, 다음번에 와 보니 그곳에는 똥이 가득 찼다는 것입니다. 화가 난 나머지, 후퇴할 때는 그 구멍에 온갖 욕을 써 놓은 편지를 넣고 갔는데 고지를 탈환하고 보니 그 구멍에는 술과 함께 편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술을 줄테니 편지를 대신 보내달라는 것이었는데, 악어 중대 인원들은 술과 다른 물자들이 필요했으니 다음번에도 술을 비롯하여 필요한 물자들을 받기 위해 편지를 계속해서 군사우편으로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첫 번째 의문은 큰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지만, 두 번째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애록고지를 점령한 후 중공군이 고지 탈환을 위해 북한군을 지원하면서 실체가 드러납니다. 악어 중대가 보유하고 있는 총알 수보다 많았던 인민군과 중공군의 병력을 막을 수 없기에 신일영 대위는 중대장인 유재호 대위에게 후퇴할 것을 강력히 권하지만 그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애록고지 사수를 명령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악어중대 전원이 죽을 것을 잘 알기에 계속해서 설득하지만 중대장은 군인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고 말하며 화를 냅니다. 그러던 중, 김수혁 중위가 중대장을 자기 권총으로 쏴버리고 지휘권은 신일영 대위가 받게 됩니다. 그 광경을 지켜본 강은표 중위는 그에게 군법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했지만, 김수혁 중위는 부대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저격수로부터 총을 맞아 사망합니다. 

모든 일을 다 지켜본 강은표 중위는 방첩대로서 임무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편지는 적과 내통한 것이 아니었고, 상관을 죽인 김수혁 중위는 전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휴전 소식이 드디어 들려옵니다. 다들 집에 갈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휴전 협정은 12시간 이후에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상부에서 마지막으로 애록고지를 탈환하라는 지시합니다. 항명은 할 수 없었기에 모든 피해를 감수하고서 애록을 점령했지만, 악어 중대는 거의 전멸에 가까울 정도의 피해를 봅니다. 살아남은 강은표 중위는 전쟁 초기 항복했을 당시 자신을 살려준 북한군 군관에게 가서 싸우는 이유를 물어보지만, 그도 이유를 잊어버린 지 오래였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시체와 폐허만 남은 애록고지에서 휴전 방송을 처량히 듣는 강은표 중위가 조명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해외 평론가들의 평가

많은 평론가은 영화의 강렬한 전투 장면과 영화촬영법, 그리고 배우의 훌륭한 연기를 호평하였습니다. 또한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잘 조명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평론가 중 몇몇은 영화의 전개가 균일하지 않고 몇몇 플롯은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과 영화에 저격수가 여자로 등장하면서 장르가 멜로드라마 장르 같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고지전>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스티븐 홀덴은 이 영화에 대해 "군인들이 마지막 무의미한 전투에 강제로 동원되면서 마지막 30분 동안 감정적으로 지치게 하는, 구역질 나는 강타를 따로 둔 영화이다"라고 평했고 뉴욕포스트의 V.A. 무세토는 "가슴을 뛰게 하는 전투 장면을 지닌 강력한 반전 영화"라고 평했습니다. 로튼 토마토의 다른 관객들도 79%의 점수를 준 것을 보아 전설적인 작품은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반응을 받은 영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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