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떨결에 부산 시민이 되다.
엘시티에 입주하게 된 것은 2020년이었다. 2년간 계약을 통해 2022년까지 거주하였다.
2020년은 본인이 장교로 임관한 해로서, 3월달에 육군 소위의 계급을 받고 보병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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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머니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엘시티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는데, 꽤나 당황스러웠다.
해운대에 가끔 갈 때마다 건설 중이었던 엘시티를 보면서 '저기 완공되면 꽤나 비싸겠는데'라고 생각했는데, 거길 실제로 들어가게 되니 너무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매는 아니었고 월세로 들어가게 되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우리집은 58평형으로, 가장 좁은 평수였다.
2. 휴가 때만 올 수 있는 엘시티에서의 행복한 휴가 생활
처음 엘시티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호텔로비 못지않은 로비가 있었고, 철저히 입주민만 들어갈 수 있도록 경비 요원들이 프론트 데스크를 지키고 있었다.
고층 건물이다보니 엘리베이터도 12개씩이나 있었는데, 각 층별로 엘리베이터 4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고층 건물임에도 엘리베이터를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엘시티는 정말 어디든 고급스러웠다. 어딜 가든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배관이라든지 눈에 거슬릴 여지를 주는 것들은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우리집이 가장 좁은 평수였지만 그래도 58평이라 적당히 넓었다. 방 3개에 넓은 거실 및 주방, 그리고 화장실 3곳이 있었으니 공간은 차고 넘쳤다고 생각한다.
집에서도 물건을 보관할 수 있기는 하지만, 잘 안 쓰는 것들은 지하에도 개인 창고가 있어서 그곳에 보관할 수 있으니 수납은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집도 상태가 좋고 뷰도 좋으니 친구가 오면 어디 나갈 필요도 없이 집에서 식재료를 준비하여 먹으면 그 자체로 5성급 호텔 식사로 변하는 것 같았다.
또 배란다 뷰도 훌륭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친구와 함께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면 부산에 있는 그 어느 술집보다 좋은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이때 해운대에서 풍겨오는 바다 향기가 참 좋았다.
커뮤니티 공간
엘시티에서 커뮤니티 공간은 정말 훌륭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헬스장, 스크린 골프장, 카페, 목욕탕, 수영장, 도서관 뿐만아니라 방문자 객실도 준비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이용한 곳은 헬스장과 카페, 그리고 목욕탕으로, 개인적으로 3종 세트라고 생각한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땀을 낸 뒤에, 목욕탕에 가서 몸을 깨끗이 씻고 나와서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한 잔하면 매우 완벽한 운동이 된다.
카페에서 음료는 그리 비싸지 않다. 한 3천원 내에서 해결 가능한데, 관리비에서 빠져나가는 후불식이다.
해운대에서 달리기
아무래도 해운대가 바로 앞에 있다보니 뛸 맛이 100% 생긴다. 힘차게 몰려오는 파도를 보며 뛰면 기분이 매우 상쾌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거의 매일 달렸던 것 같다.
(물론 헬스장에도 러닝머신이 있지만 여기서 너무 빠르게 달리면 시끄럽다는 의견이 있어서 밖에서 달리는 것도 있다.)
아침에 뛰는 것도 상당히 상쾌하다. 언제는 뛰다가 너무 더워서 바다에 그냥 입수한 적도 있다.
그래도 집이 바로 앞이니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그 외에도 좋은 점
날이 좋으면 돗자리 챙겨서 해운대 파도를 보며 맥주 마실 수 있다. (도보3분)
휴가다 보니 딱히 일정이 없으면 날씨가 좋을 경우 맥주캔을 들고 와서 해운대 바닷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달맞이길 산책을 자주 갈 수 있다.
달맞이길은 해운대 블루라인과 스카이캡슐 열차가 다니는 곳이다. 이곳에서 해운대 뿐만 아니라 광안대교, 멀리서는 대마도도 가끔 볼 수 있기 때문에 풍경이 정말 예쁘다.
집 앞에 이 산책로가 있으니 산책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갈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웨스틴 조선 부산, 시그니엘 부산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어쩌다 조선호텔이나 시그니엘에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게 될 경우에 엘시티 카드 키를 보여주면 원 금액의 15% 할인을 해주곤 했다.
지금도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유일한 단점
모든 게 좋지만, 유일한 단점이 존재한다. 바로 태풍이 오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바람이 좀 많이 부는 편인데, 이때 유리창에 부딪히는 바람의 소리가 좀 시끄러워서 자는 데 좀 방해가 된다.
규모가 큰 태풍이 왔을 때 집에 없어서 모르겠지만 이때는 집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이웃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피난을 가시기도 한다)
이런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다른 모든 것이 이 단점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엘시티는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친 곳이었다. 자수성가하신 이웃주민들을 보며 사업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었고, 이러한 환경 덕에 주변으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사업은 큰 수익이 안 나고 있지만 현재 진행형이다. 언젠가는 큰 돈을 벌어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가고 싶을만큼 정말 좋은 추억들을 갖게 해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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