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쿄에 있는 다카오산. 여길 오르게 된 이유
도쿄를 이번 여행까지 합쳐서 4번 정도 오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 바로 '서울하고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이곳저곳 높은 건물들이 있지만 거의 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물들이고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것이 또 다른 서울을 연상케한다.
위 사진 설명에 '잠실 운동장이 보이는 서울 강남구 잠실의 모습'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가보다'며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그만큼 해외에 온 것 같은 느낌이 안 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시부야와 같이 대규모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지들에는 한국 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어가 '벌써 귀국했나'라는 의문에 빠지게 한다.
물론 도쿄에도 일본스러운 느낌을 받게 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가본 적이 있어서 새로운 곳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어디서 무얼 하면 도쿄임에도 일본에 왔다는 걸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 끝에 산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은 산에 안 가기 때문에 산에 가면 관광객들보다는 일본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 같았고, 산행을 마친 다음에 온천을 즐긴다면 제대로 일본에 왔다는 느낌이 올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2. 다카오산 위치, 가는 방법
다카오산은 도쿄에서 동쪽에 위치해 있다. 가는 방법은 신주쿠역에서 케이오선을 타고 다카오산구치역에서 내리면 된다. 요금은 390엔.
근데 문제가 있다. 노선도를 보니까 신주쿠에서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하시모토역으로 가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이걸 보면서 '열차를 잘 타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나라처럼 전철이 한 플랫폼에서 오는 게 아니라 여러 플랫폼에서 오는지라, 각 목적지로 가는 열차를 플랫폼에 맞춰서 타면 된다.
안내판에서 각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어디로 가는지 나와 있기 때문에 안내판 잘 확인하고 그에 맞는 플랫폼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거리에 따라 요금이 산정되기 때문에 표를 끊을 때 구간 별 요금을 보고 얼마를 내야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걸 보면 한국 지하철이 너무나도 편리하게 느껴진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카드만 찍고 개찰구를 통과하면 되는데 말이다.)
그런데 다카오산구치역으로 갈 때는 생각이 간단해진다. 신주쿠역으로 가서 케이오선 표를 사려고 하는 순간 이미 부스에 '다카오산구치행 390엔'이라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390엔 내고 다카오산으로 가는 열차가 출발하는 플랫폼으로 가면 된다.
*꼭 급행 열차 탈 것을 권한다.
근데 알아야 할 것이, 급행이 있고 일반 열차가 있다. '뭐 일반 열차 타봤자 얼마나 오래 걸리겠느냐' 할 수 있겠는데, 진짜 오래 걸린다. 신주쿠에서 9시 22분에 출발했는데 10시 50분이 되어서야 다카오산에 도착했다. 1시간 30분 정도가 소모됐는데, 이는 중간중간 오랫동안 정차하기 때문에 꽤 걸리는 것이다.
3. 다카오산 등산 루트, 등산길
다카오산에 도착하니 본인과 같은 외국인들이 몇몇 있었지만 일본인들이 대다수였던 것 같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생각외로 사람들이 많이 왔다. 일요일이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당시 날씨를 생각하면 꽤나 대단했다.
35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줄은 몰랐다. 거의 나 혼자만 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걸 보면 일본 사람들 중에도 등산 애호가들이 많이 있는 듯하다.
날씨는 덥긴 하지만 매우 맑다보니 정상에 가면 후지산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들 떠 있었다.
총 8개의 루트가 있는데, 각자 실력에 맞춰서 가면 좋을 듯하다. 일반적으로 경로가 길수록 길이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경사가 덜한 반면, 반대의 경우는 경사가 비교적 급하다. 본인 체력에 맞춰서 가면 되겠지만 다카오산은 해발 599m로 낮기 때문에 어느 경로를 택하든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사람이 많았던 것일 수도 있다. 등산로 바로 앞에서 열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등산하기는 싫지만 정상으로 올라가서 후지산을 보고 싶다면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열차를 보니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까지 열차를 타고 올라 갔던 기억이 나서 좋았지만, 본인은 등산하러 왔기 때문에 패스했다.
본인은 이나리산 코스를 선택했는데,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시작부터 콘크리트 길이 아니라 바로 산이어서 좋았다. 이로써 일본 산을 처음 가게 되었다. 올라 가는 길은 우리 한국에 있는 산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놀라웠던 것은, 올라가면서 등산객들을 마주칠 때마다 등산객들이 '곤니찌와'라고 인사를 하면서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등산할 때 등산객들 보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산에서 지나가는 등산객들 만나면 인사하는 룰이 여기서 시작한 것인가? 궁금하다.
근데 그 친절한 것이 우리의 것보다 더 하기는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원체 일본어를 입에 달지도 않았는데 여기서는 사람들의 친절함이 마음에 들어서 나도 '곤니찌와'를 기분 좋게 하면서 지나갔다. 지나가던 애기도 '곤니찌와'하는 게 참 귀여웠다.
길이가 3.1km로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티셔츠는 물론이고 바지도 땀으로 다 젖었다. 너무 덥다보니 목이 너무 말랐다. 원래 등산 간 경계해야 할 행위 중 하나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인데, 탈수 증상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산 시작 전에 세븐일레븐에서 이온음료를 샀기 때문에 벌컥 마셔도 괜찮았다. 물만 챙겼으면 큰일날 뻔했다 정말로.
정상에는 등산객들만 아니라 열차를 타고 오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복장을 스타일리시하게 입고 오신 분들도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이 사람이 어떻게 올라왔나 했다.
지금까지는 후지산에 있는 눈이 다 만년설이라고 생각했어서 그런지 정상에 올라서도 후지산을 발견 못한 줄 알았다. 발견했더라도 구름에 묻혀있는 줄 알았는데, 만년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후지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진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목적대로 후지산을 보긴 했지만 기대했던 그 모습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다음에는 겨울에도 와서 원래 생각하면 떠오르는 후지산을 봐야겠다.
호텔에서 조식을 많이 먹고 와서 그런지 점심이 되어서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시간이라도 있으면 식당에서 라멘이라도 한 그릇하고 싶었는데 다음 일정이 있어서 하산하기로 했다. 이날 날씨가 정말 좋았다.
하산할 때는 6번 루트를 타고 내려왔다. 계곡을 끼고 내려오는 것이라 경치가 올라왔을 때보다 더 좋았다.
그렇게 내려가다 보니 소박한 절 하나를 발견했는데, 절 양식이 매우 단출했다. 우리나라 절하고는 매우 달라서 일본에 왔다는 게 실감된다.
그렇게 내려가다보니 콘크리트 길을 발견했는데 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등산 시작 전 발견했던 열차 승강장을 발견했다. 6번 루트하고 이나리선 코스가 이렇게 시작과 끝만 동일하다.
땀이 났으니 열차를 그대로 타기 찝찝하다 이미 온천 이용할 계획을 했던지라 속옷도 다 가져왔다. 이제 온천만 찾기만 하면 되는데, 온천은 다카오산구치역 바로 옆에 있다.
이용 요금은 1,300엔인데, 수건이 제공되지 않다보니 수건 이용 200엔 추가(수건은 반납해야 한다)에 샤워타올도 제공되지 않다보니 샤워타올 구입(이건 반납이 아니라 개인 소장) 100엔 추가를 하다보니 1,600엔을 내고 이용했던 것 같다.
일단 땀을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에 온천에 대한 기대보다는 일단 몸을 깨끗하게 하고 싶었다. 시설은 우리나라 재래식 목욕탕 시설과 흡사했는데, 관리가 잘 되어 청결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등산객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이용하는 사람도 엄청 많았다. 재래식 목욕탕을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우리와는 많은 차이점을 느꼈다.
그런데 굳이 등산을 갔다와서 땀을 흘린 것이 아니었어도 탕의 종류 때문에 올 것 같기도 하다. 따뜻한 사이다 안으로 들어간 느낌을 주는 탄산수탕, 하얀 물로 인해 들어가면 피부가 좋아질 것 같은 히노끼탕, 각종 노천탕으로 인해 제대로 쉬고 갈 수 있었다. 다음에 도쿄를 방문한다면 다시 꼭 이용하고 싶을 정도였다.
또한, 온천에는 거의 일본인들밖에 없어서 진정한 일본을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분들이 목욕탕을 오면 이런 느낌일까?
이렇게 개운한 몸을 이끌고 다시 게이오선을 타고 시내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온천에 친절하게도 게이오선이 언제 출발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어서 시간 맞춰서 나갈 수 있었다. 여러모로 편리한 온천이었다.
4. 끝마치며
여름에 다카오산을 등산하였는데, 여름의 일본은 너무 덥다. 그래서 등산하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닐 수 있지만 여름에 도쿄를 왔다고 하면 열차를 타고 정상을 올라가고 내려온 이후에 온천을 즐길 수 있으니 방문하는 데 있어서는 4계절 내내 괜찮은 것 같다.
그래도 만약에 다시 온다고 하면 겨울이나 봄 쯤에 올 것 같다. 그래야 후지산에 눈이 녹지 않아서 정상에 눈이 남아 있는 후지산을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다카오산에 왔다면 정상을 꼭 가긴 해야겠지만 그만큼 온천도 꼭 방문하길 바란다. 한국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탕들을 많이 이용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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